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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과 봄 시름(春愁)

산술 2012. 3. 5. 15:03

꽃은 피는데 봄시름(春愁)은 깊어가고

 

봄에는  온갖 꽃이 다 피어나지만, 漢詩에서는 매화로 부터 꽃잎을 티워, 복사꽃 살구꽃(桃李杏花)으로

 흐드러지게  피고 버들가지 위에 잠시 머물다가 배꽃(梨花)으로 흩어지는가 보다. 


                                                                                                                                                                白梅花

우선 매화에 대한 것으로 北宋  왕안석(1021~1086)의 同名詩,

 

墻角數枝梅(장각수지매)   담장 모퉁이에 핀 몇 가지 매화 

凌寒獨自開(능한독자개)   추위를 무릅쓰고 홀로 피었구나.

遙知不是雪(요지불시설)   멀리서도 그게 눈이 아님을 알겠느니

爲有暗香來(위유암향래)   그윽한 향기로  다가오기 때문이어라.

 

송나라의 한 비구니가 지었다는 매화 

 

終日尋春不見春(종일심춘불견춘)   종일토록 봄을 찾아도 봄을 보지 못했네

芒鞋踏破嶺頭雲(망해답파령두운)   집신신고 산마루 구름있는 데까지 가보았지

歸來偊把梅花臭(귀래우파매향취)   돌아오다 우연히 매화 향기를 맡았네

春在枝上已十分(춘재지상이십분)   봄은 매화 가지 위에 어느새 와 있는 것을

 

당나라 시인 당경(唐鏡)의  매화(二月見梅),

 

桃花能紅李能白(도화능홍리능백) : 복사꽃 붉어지고 오얏꽃은 희어지네
春深何處無顔色(춘심하처무안색) : 봄이 깊어 어디엔들 아름아운 꽃이 없으리
不應尙有一枝梅(불응상유일지매) : 오히려 매화는 한 가지도 남아있지 않으니

可是東君苦留客(가시동군고류객) : 이는 봄의 신이 손님을 잡아두지 않으려는 것이리
向來開處當嚴冬(향래개처당엄동) : 지난 번 꽃 피었던 곳은 엄동설한이어서
白者未白紅未紅(백자미백홍미홍) : 흰 꽃은 희지 않고 붉은 꽃은 붉지 않았지

只今已是丈人行(지금이시장인행) : 지금은 매화가 어른 자리에 있으니
肯與年少爭春風(긍여년소쟁춘풍) : 어찌 어린 녀석들과 봄바람을 다툴까

 

 

 

복사꽃 흐드러진 별천지, 이백의 山中問答,

 

問余何事棲碧山 (문여하사서벽산)   푸른 산중에 왜 사느냐 묻기에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부답심자한)   대답없이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한가롭다

桃花流水杳然去 (도화유수묘연거)   복사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내려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   인간 세상이 아닌 별천지라네

 

이백과 동시대(盛唐)에 살았던 최호(崔護)의 성밖에는 봄바람,

 

去年今日此門中(거년금일차문중)   지난해 이즘 이집 뜰악에는

人面桃花相映紅(인면도화상영홍)   복사꽃보다 더 고운 얼굴 있었지
人面不知何處去(인면부지하처거)   지금 그 사람 어디가고 없는가
桃花依舊笑春風(도화의구소춘풍)   복사꽃만 예처럼 봄바람에 웃는데

 

허난설헌(1568~1589)의 봄바람(春風)에는 시름이 가득,

 

春雨暗西池(춘우암서지)   봄비가 서쪽 연못에 자욱하니
輕寒襲羅幕(경한습라막)   가벼운 한기 비단 휘장 안으로 스민다
愁倚小屛風(수의소병풍)   시름겨워 작은 병풍에 몸 기대어 서니
墻頭杏花落(장두행화락)   담장 머리에서는 살구꽃이 지누나

 

 

                                                                                                                                                            갯버들

버들은 피어날 때 꽃도 아름답지만 하늘하늘 느러진 가지는  꽃다운 젊은 여인을 상징하기도 한다.

더욱이 꺽어(折柳) 심으면 아무데서나 새싹이 나기 때문에 예로부터 연인들 사이에 혜어질 때 정표로 주곤 하였다.

홍랑(洪娘)은 최경창과 혜어지면서  보내기 아쉬워 버들가지를 건네며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에 손에...'라는

아름다운 시를 남긴다. 그럼, 다른 옛 시인들에게 버들가지는  어떤 의미였을까.

 

우선, 이태백의 시 봄날 밤 성안에서 피리소리 들으며(春夜洛陽城聞).

 

誰家玉笛暗飛聲(수가옥적암비성)    어느 집에선가 은은히 날아드는 옥피리 소리
散入東風滿洛城(산입동풍만낙성)    봄바람에 실려 낙양성 안에 가득하다
此夜曲中聞折柳(차야곡중문절류)    오늘 밤 노래 속에 이별곡(折柳)이 들려오니
何人不起故園情(하인불기고원정)    누구인들 고향 그리는 마음 생기지 않으리오

 

그의 또  다른 시 금릉 주막에서의 이별(金陵酒肆留別)에서도 헤어지는 자리에 버들꽃(柳花)이 나온다

 

風吹柳花滿店香(풍취류화만점향)   바람 불어 버들꽃 향기 주막에 가득한데
吳姬壓酒喚客嘗(오희압주환객상)   주모는 술 걸으며 손님 불러 맛보라 하네
金陵子弟來相送(금릉자제래상송)   금릉의 젊은이들 나를 전송하려고 와서는
欲行不行各盡觴(욕행불행각진상)   가려다 가지 못하고 제각기 술잔을 비운다

 

송도의 황진이 부안의 매창과 함께 시를 잘 짓기로 유명한 김부용(芙蓉)(조선 3대 名妓)봄바람(春風)

이라는 시에도 버들이 나온다.

 

垂楊深處依開窓(수양심처의개창)    수양버들 늘어진 창을 열고 기대서니

小院無人長綠苔(소원무인장녹태)    님없는 작은 뜰엔 푸른 이끼만 자라고

簾外時聞風自起(렴외시문풍자기)    주렴 밖에 가끔 봄바람 절로 일면 

機回錯認故人來(기회착인고인래)    님 오시나 속은 것이 몇번인고

 

 

                                                                                                                                                     배꽃(梨花)

배꽃(梨花) 또한 이별의 상징인지라 연인들이 혜어질 때는 흔히 이 하얀 꽃이 등장한다. 매창(梅窓)이 연인 유희경을

떠나보내고 쓴 시  '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잡고 이별한 님....' 또한 불후의 명작이 아닌가.

 

조선 후기 詩, 글씨(書) 그리고 그림(畵)에도 능했던 신위(申緯 1975~1845)의 잘 알려진 시 두견새 울움소리(子規啼)

에는 달빛속에 배꽃이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梨花月白五更天(이화월백오경천)   배꽃에 달은 밝고 하늘은 오경인데
啼血聲聲怨杜鵑(제혈성성원두견)   피 토하며 우는 소리소리 원망하는 두견새로다.
儘覺多情原是病(진각다정원시병)   다정이 원래 병인 것을 진작  깨닫았지만

不關人事不成眠(불관인사불성면)   사람들 일과 관계없는데도 잠 못 이루노라.
 

그런데 고려말 이조년(李兆年 1269~1343)이 지었다는 거의 비슷한 시조도 있어 신위가 베낀 게 아닌가 의심된다.

 

梨花에 月白하고 銀漢이 삼경인제
一枝春心을 자규야 알랴마는
多情도 病인양하여 잠못들어 하노라

 

봄이란 참으로 덫없는 것, 온 듯하면 지나가 버리는 계절이 아닌가.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여인의 한숨소리

또한 많은 때가 바로 이 봄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황진이라 할 수 있는 설도(薛濤 770~805 唐)의 봄을 기다리며

(春望詞)에는 봄앓이가 더욱 심하다(김억 번역, 김성태 곡의 동심초로 유명).

 

風花日將老(풍화일장로)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不結同心人(부결동심인)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라고

空結同心草(공결동심초)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비슷한 느낌의 조선 중기 송한필(宋翰弼) 시,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는구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비바람 속에서 왔다 가는구나

 

부안 명기 매창(梅窓), 유희경을 그리며 지은 스스로 한스러워(自恨)에서는 소리없이 눈물만...

 

春冷補寒衣(춘냉보한의)   봄날이 차서 겨울 옷을 손질하는데

紗窓日照時(사창일조시)   사창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네

低頭信手處(저두신수처)   머리 숙이고 손길 가는 대로 맡기는데

珠淚滴針絲(주루적침사)   구슬같은 눈물이 실과 바늘 적시네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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