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 광평마을은 3백 50여 년 전만 해도 나무와 억새로 뒤덮인 황무지였다. 그 황무지에 현치적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들어가 억새밭을 갈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기 시작했다. 생활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마음씨는 바르고 고왔다. 아래쪽 마을 오도롱(이호동)에는 풍수지리로 유명한 고전적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현씨는 고전적을 은근히 존경해서 꿩을 두 마리 잡으면 한 마리는 꼭 갖다 주곤 했다. 고전적은 마음씨 착한 현씨가 가난하게 사는 걸 측은하게 여기고 집터를 하나 봐 주었다. 그 자리에 집을 지어 살면서부터 현씨의 살림은 차차 풀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가던 현씨는 마을 어귀에서 힘없이 걸어오는 한 여인과 마주쳤다. 여인은 배가 몹시 고프다고 했다. 마음씨 고운 현씨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여기 조금만 앉아 계십시오. 내 얼른 집에서 가서 밥을 갖다 드리리다.” 현씨는 소를 옆 밭에다 가두어두고 집으로 달려가 밥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앉아 있어야 할 여인이 온 데 간 데 없었다. “배가 고파서 걸어갈 기력도 없는 것 같았는데, 이상한 일이로구나.” 현씨는 여인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틀림없이 신령일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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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이의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처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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