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는 주막집

[스크랩] 배 큰 정서방과 말머리

산술 2010. 11. 16. 11:42
제주시 용담동 다끄내 바닷가에 ‘말머리’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 배 큰 정서방 전설이 전해진다.

정서방은 다끄내 사람이었다. 쌀밥 한 섬과 돼지 한 마리를 먹어야 겨우 찰 정도로 배가 커서 사람들은 그를 ‘배 큰 정서방’이라 불렀다. 배가 큰 만큼 힘 또한 장사였다.

부모들은 어떻게든 이 자식을 먹여살려보려 했지만,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관가에 보고해 해결해주라고 요청했다.

관가에서 조사해보니 정서방은 무서운 장사였다. 그대로 살려두었다가는 나라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했고, 마침내 죽이기로 결정했다. 관가에 불려간 정서방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눈치를 챘다.

“내 소원을 한 번만 들어주면 죽어도 원이 없겠소.”
“소원이 무엇이냐?”
“한 번 실컷 배불리 먹어보고 싶소.”
  관가에서 쌀 한 섬으로 밥을 하고 소를 한 마리 잡아 주었다. 배 큰 정서방은 밥자로 드근드근 떠 담으며 한꺼번에 다 먹어 치웠다.

“나를 죽이려거든 큰 바윗돌을 두 팔과 두 다리에 묶어 매고 배에 실어다 바다에 던지면 되오.”
  난생 처음 배부르게 먹은 정서방은 이렇게 말하고 벌렁 드러누워 코를 골기 시작했다.
관가에서는 큰 바윗돌을 팔과 다리에 각각 묶은 정서방을 배에 실어다 바다에 던졌다.
그랬어도 정서방은 바다에 가라앉지 않았다. 3일 동안이나 물 위로 우끗우끗 올라와서 소리를 질렀다.

“어머니, 나 살까요, 죽을까요?”

부모는 가슴이 아팠으나 살아나와 배고파 죽는 것보다 지금 죽는 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하고 살라고 하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자 정서방은 소리 없이 물속으로 쑥 들어가더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커다란 백마가 바닷물 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왔다.

백마는 물 위로 머리를 치켜들고 하늘을 향해 크게 세 번 울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서방이 탈 말인데, 주인을 불러보았지만 대답이 없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만일 정서방이 살아 있었다면 이 백마를 타고 큰 장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말이 머리만 내밀었다가 들어가 버린 곳이라 해서 이곳을 ‘말머리’라 부르게 된 것이다.
출처 : 천이의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처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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