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용담동에 있는 용연(龍淵)은 주변의 상록수 숲을 배경으로 양쪽에 병풍석이 둘러쳐져 있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차갑고 푸른 물이 신비스런 풍광을 자아내 예로부터 동해의 용이 와서 풍치를 즐겼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곳이다. 조선시대 제주에 온 목사들은 용연에서 달밤에 배를 띄우고 주연을 열어 풍류를 즐기곤 했는데, 그 밤 뱃놀이 풍광이 ‘용연야범(龍淵夜帆)’이라 해서 영주12경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몇 백 년 전 어느 해인가 큰 가뭄이 들어 제주백성이 다 굶어죽게 생긴 적이 있었다. 목사가 몇 번이나 기우제를 지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그때 무근성에 유명한 고씨 심방이 살고 있었는데, 주막에 앉았다가 지나가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 텐데…” 그 말이 목사의 귀에 들어갔다. 목사는 당장 고씨 심방을 불렀다. “네가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했다는데 사실이냐?” “예,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곧 기우제를 지내 비가 오도록 해라. 만일 비가 오지 않으면 너는 목숨을 내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 고씨 심방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찼다. 워낙에 큰 가뭄인데다 목숨까지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니 은근히 걱정이 되는 것이다. 고씨 심방은 이레 동안 목욕재계해서 몸 정성을 하고, 짚으로 쉰다섯 자 용을 만들었다. 용연 바로 옆 당밭에 제단을 꾸미고 용의 꼬리는 용연 물에 담그고 머리는 제단 위에 걸쳐 놓고 굿을 하기 시작했다. 굿은 이레 동안 계속되었다. 고씨 심방은 천상천하 모든 신들을 청해 들이고 단비를 내려 주도록 빌고 또 빌었다. 이레 동안의 굿을 마치고 모든 신들을 돌려보내게 되어도 하늘은 맑디맑아 비를 내려줄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씨 심방은 눈물을 흘리며 신들을 돌려보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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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천이의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처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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