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 ...... 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 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더 깊은 눈물 속으로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한세상 사는 것
그대여
한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있을 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그대를 보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우리들 사랑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을날 빈 들녘 환청같이
나지막이 그대 이름 부르면서
스러지는 하늘이여.
버리고 싶은 노래들은 저문 강에
쓸쓸히 물비늘로 떠돌게 하고
독약 같은 그리움에 늑골을 적시면서
실어증을 앓고 있는 실삼나무
작별 끝에 당도하는 낯선 마을
어느새 인적은 끊어지고
못다한 말들이 한 음절씩
저 멀리 불빛으로 흔들릴 때
발목에 쐐기풀로 감기는 바람
바람만 자학처럼 데리고 가자.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는가..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지막이
그대 이름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비속에서는 시간이 정체된다
나는 도시를 방황한다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범람하는 통곡 속에서 해체된다
폐점시간이 임박한 목로주점
홀로 마시는 술은 독약처럼 내 영혼을 질식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바하의 우울한 첼로를 듣는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날이 새지 않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이 메인다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길에 관한 명상 수첩
1
길은 떠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 길을 만들기 이전에는
모든 공간이 길이었다
인간은 길을 만들고 자신들이
만든 길에 길들여져 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들이 만든 길이 아니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
하나의 인간은 하나의 길이다
하나의 사물도 하나의 길이다
선사들은 묻는다
어디로 가십니까
어디서 오십니까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들은 흔치 않다
때로 인간은 자신이 실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길을 간다
3
인간은 대개 길을 가면서 동반자가
있기를 소망한다
어떤 인간은 동반자의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떤 인간은 자신의 짐을
동반자가 짊어져야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4
길을 가는 데 가장 불편한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라는 장애물이다
험난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버리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탄한 길을 선택한 인간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
전자는 갈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후자는 갈수록 마음이 옹졸해진다
5
지혜로운 자는 마음안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길은 마음 밖에 있다
아무리 길이 많아도 종착지는 하나다
비오는 날 달맞이꽃에게
이 세상 슬픈 작별들은 모두
저문 강에 흐르는 물소리가 되더라
머리 풀고 흐느끼는
갈대밭이 되더라
해체되는 시간 저편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시어들은
무상한 실삼나무 숲이 되어 자라 오르고
목메이던 노래도 지금쯤
젖은 채로 떠돌다 바다에 닿았으리
작별 끝에 비로소 알게 되더라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노래가 되지 않고
더러는 회색하늘에 머물러서
울음이 되더라
범람하는 울음이 되더라
내 영혼을 허물더라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울고 있느냐..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해서..
우는 너의 모습을 숨길 수 있을 것 같더냐.
온몸으로 아프다며 울고 앉아
두팔로 온몸을 끌어 안았다해서
그 슬픔이 새어 나오지 못할 것 같더냐..
외로운 세상
힘들고 눈물겨운 세상
나는 오늘도 방황 하나로 저물녘에 닿았다
거짓말처럼 나는 혼자였다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워졌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면서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선잠 결에 스쳐가는
실낱같은 그리움도
어느새 등넝쿨처럼 내 몸을 휘감아서
몸살이 되더라
몸살이 되더라
떠나 보낸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세상은 왜 그리 텅 비어 있었을까
날마다 하늘 가득
황사 바람
목메이는 울음소리로
불어나고
나는 휴지처럼 부질없이
거리를 떠돌았어
사무치는 외로움도 칼날이었어
밤이면 일기장에 푸른 잉크로
살아온 날의 숫자만큼
사랑
이라는 단어를 채워넣고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눈시울이 젖은 채로 죽고 싶더라
그 투명한 내 나이
스무 살에는
그대에게
그리운 이름 하나 있어
어둠의 끝자락 부여 잡고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에
가슴은 진다홍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니
그것은 그리움 입니다.
눈을 감고
그릴수 있는 얼굴이 있어
그것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이 깊어 가면
사랑이 시작되고
사랑이 깊어 가면
이별이 시작되려니...
그대에게
편지를 쓰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행복하고
그대의 편지를
받는 것 만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것 같은데...
때론 가슴이 아프도록
공허해 오는 건
그대에 대한 내 그리움이
너무 짙은 까닭일까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내 스스로 채찍질 해보지만
해바라기처럼
그대에게로 향하는
내 마음 묶어둘 수가 없습니다.
술 한 잔에
많이 취해버린 내 사랑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차가운 바람을 안고서
싸늘히 식어간 거리를
홀로 서 있는 전화박스 앞에서
차마 그대에게 전화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서성이다가
되돌아 서는 길...
차가운 바람 때문일까
아님 창백한 달빛 때문일까
두 눈이 젖어 오는 까닭이...
기약 없는
먼 해후를 위해
늘 당신의 자리를
내 가슴에 비워 두렵니다.
설령
기다림만 쌓이고 쌓여
그대의 기억 아련히 멀어진다 해도
처음과 같은 설레임으로 기다리지요.
때로는
내 가슴의 빈자리가
너무 외롭고 공허해
다른 무언가로 채우고도 싶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
삶이 힘들고 지칠 때
그 멍에를 잠시 내려놓고
내 가슴의 빈자리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세요.
그대가 잠시 머물다간
그 자리는 언제나
그댈 위한 자리입니다.
아름다운 곡 10 - Heavens Caravan / Mehdi 외..
1. Heavens Caravan / Mehdi
2. Albatrosz /Szebtpeteri Csilla
3. Tiger Eyes / Omar Lopez
4. With You / Ernesto cortazar
5. Last Waltz / Park MinJi
6. Classical Dream / Francis Goya
7. Autumn Slumber / Fariborz Lachini
8. My Heart / Bernward Koch
9. La Vie Est Belle / Andre Rieu
10. A thousand kisses deep / Chris Botti
출처:한국가톨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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