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지 않던 아득한 옛날, 한라산 북녘 기슭 땅에서 세 명의 신인(神人)이 솟아났다. 차례로 솟아난 고을나(高乙那), 양을나(良乙那), 부을나(夫乙那) 삼형제는 용모가 의젓하고 기품이 있을 뿐만 아니라, 도량도 넉넉하고 활발했다. 그들은 거친 산야를 뛰어 다니며 사냥을 해 가죽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라산에 올라 동쪽바다를 내려다보던 삼형제는 자줏빛 흙으로 봉해진 나무상자가 떠내려와 바닷가에 머무는 걸 발견했다. “어? 저게 뭐지? 가보자.” 나무상자를 열어보니 붉은 띠를 두르고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새알 모양의 옥함(玉函)을 지키고 있었다. 옥함을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십오륙 세의 아리따운 처녀 셋이 나왔다. 또한 망아지, 송아지와 오곡의 씨앗도 들어있었다. 남자는 삼형제에게 절을 두 번하더니 엎드려 말했다. “나는 동해 벽랑국(碧浪國)의 사자(使者)입니다. 우리 임금님이 이 세 공주를 낳아 곱게 키웠습니다만, 혼기가 되어도 마땅한 배우자가 없어 탄식하던 차에, 서쪽바다의 상서로운 기운을 보시고, 산기슭에 신(神)의 아들 세 사람이 장차 나라를 열고자 하나 배필이 없다 하시며 세 공주를 데려가라 하셨습니다. 부디 혼례를 올리시고 대업을 이루소서 말을 마친 사자는 구름을 타고 홀연히 날아가 버렸다. 삼형제는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차례로 짝을 정해 혼례를 올렸다. 그리고 물 좋고 기름진 곳을 골라 역시 차례로 활을 쏘아 거처할 땅을 정했다. 고을나가 사는 곳을 제일도, 양을나가 사는 곳을 제이도, 부을나가 사는 곳을 제삼도라 했다. |
출처 : 천이의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처니 원글보기
메모 :
'술이 있는 주막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담배연기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10가지 방법 (0) | 2010.11.16 |
---|---|
[스크랩] 홍탁삼합 (0) | 2010.11.16 |
[스크랩] 고종달이와 혈 (0) | 2010.11.16 |
[스크랩] 배 큰 정서방과 말머리 (0) | 2010.11.16 |
[스크랩] 노형동 광평당 (0) | 2010.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