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는 주막집

[스크랩] 술(酒)- 단채 신채호 -

산술 2010. 12. 23. 17:29

 


 

술(酒)



 
 

"여보, 세상에 별 이상한 음식도 다 있습디다.


달기는 꿀 같고, 독하기는 비상 같으며

시원하기는 얼음 같고,

모지기는 뿔 같으며,

칼이 아니건만 창자를 끊고,

여색이 아니건만 정신을 홀려……





 

귀 밝은 자가 먹으면 귀가 어두우며,

눈 밝은 자가 먹으면 눈이 어두우며,

성한 자가 먹으면 미친 사람이 되어 몸은 반 푼 기력도 없고

마음만 인왕산 만치 커져서 남대문이 개구멍만 하여지며

탁지가 한 푼으로 보이고...

 



 

육대주 각국이 다 소들 하게 보여 일마다 낭패만 하고

얼굴이 무단히 수척하며 남과 시비하기를 즐기며

형이 아우를 몰라보고, 아우가 형을 몰라보며,

존장인지 친구인지 세상인지 마상인지 다 몰라보고...

 

항우 같은 장사라도 이 음식만 먹으면

댕당이에 걸려서 넘어지며,

석숭 같은 부자라도 이 음식만 좋아하면

쪽박 차고 나아가니 참 이상한 음식이오.

 




 

이 음식 이름은 국문으로 쓰자면 술이라 하며,

한문으로 쓰자면 ‘酒’라하고

그 종류를 분별하여 말하자면,


탁주니 약주니 소주니 과하주니 신청주니

국화주니 송엽주니 포도주니


하는데 나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다만 못 먹을 음식이라고만 이름 지어 부르나이다."

 

- 단채 신채호 -

 

 


출처 : 포 시 즌
글쓴이 : 대 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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