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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酒)
"여보, 세상에 별 이상한 음식도 다 있습디다.
달기는 꿀 같고, 독하기는 비상 같으며
시원하기는 얼음 같고,
모지기는 뿔 같으며,
칼이 아니건만 창자를 끊고,
여색이 아니건만 정신을 홀려……
귀 밝은 자가 먹으면 귀가 어두우며,
눈 밝은 자가 먹으면 눈이 어두우며,
성한 자가 먹으면 미친 사람이 되어 몸은 반 푼 기력도 없고
마음만 인왕산 만치 커져서 남대문이 개구멍만 하여지며
탁지가 한 푼으로 보이고...
육대주 각국이 다 소들 하게 보여 일마다 낭패만 하고
얼굴이 무단히 수척하며 남과 시비하기를 즐기며
형이 아우를 몰라보고, 아우가 형을 몰라보며,
존장인지 친구인지 세상인지 마상인지 다 몰라보고...
항우 같은 장사라도 이 음식만 먹으면
댕당이에 걸려서 넘어지며,
석숭 같은 부자라도 이 음식만 좋아하면
쪽박 차고 나아가니 참 이상한 음식이오.
이 음식 이름은 국문으로 쓰자면 술이라 하며,
한문으로 쓰자면 ‘酒’라하고
그 종류를 분별하여 말하자면,
탁주니 약주니 소주니 과하주니 신청주니
국화주니 송엽주니 포도주니
하는데 나는 그렇게 부르지 않고
다만 못 먹을 음식이라고만 이름 지어 부르나이다."
- 단채 신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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