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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충북 괴산읍으로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오일장에 맞춰 간 날이라 시장 구경도 할 겸 이 골목 저 골목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돌아다니던 중 골목 한 쪽으로 보기에도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목조 건물 하나가 눈에 띄였다. 얼핏 보기에 일본식 건물처럼 생긴 그 건물은 대문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옆에 '제일양조장'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닌가.
단지 커가면서 사귀는 친구들이나 동료들에게 간접적으로 들은 것은 있었지만 실제로 양조장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온 일이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시골 읍내에서 말로만 듣던 양조장이라는 간판을 보았으니 얼마나 흥미진진한 상상들로 내 마음이 들떴을까.
이는 아주 오래 전 초창기에 있던 전동식 전화기로 손잡이를 몇 번씩 돌려서야 걸렸던 그 시절에 부여 받았던 번호란다. 그렇게 이곳 양조장의 역사는 깊었다. 지금 계시는 분만 해도 사십여 년을 넘게 이 일을 해왔다고 하는데, 들어올 때 이미 창업 사십여 년이 됐었다고 하니 지금까지 족히 팔십여 년이 넘는, 어언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다.
안쪽의 넓은 마당에는 막걸리 상자부터 반죽할 때 쓰인다는 이름 모를 기계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언뜻 보기에도 막걸리 냄새가 풍길 듯한 분위기다. 그 안쪽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독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앉아 있는데, 이곳은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곳으로 각 독들마다 예의 숫자들이 적혀 있었다. '탁사 2호 370, 1964. 7.9' 의미를 여쭈어 보니 370은 용량을 말해주는 것이고, 연도와 날짜는 그날 들여온 독이라는 표시란다. 그럼, 이 표시는 1964년 7월 9일에 독이 입고 되었다는 뜻일 터. 어떤 것은 '淸州郡(청주군)'라고 표시된 것도 있으니, 그건 지금의 '청주시'가 되기도 전인 한참 전에 들여온 독이라는 말이 아닌가. 그 독은 내 태어난 해에 벌써 여기에 자리를 잡았던 것이니, 이곳의 연륜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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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달궁처사
글쓴이 : 달궁처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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