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나를 부른 곳은 무등산이었다.
무등산은 마치 뒷동산 오르듯이 일년이면 수차례 오르지만 이번 산행은 일년에 한 번 있는 특별한 산행이며
유은학원이라는 한 울타리안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동문들의 첫 합동산행이 있는 날이기도 하다.
광주상업고등학교,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광주동성고등학교, 광주동성중학교, 광주동성여자중학교가 바로 유은학원이다.
한 울타리안에 형제 자매 남매처럼 똘똘 뭉쳐있는 동문들의 첫 합동산행인 이번 산행에는 유은학원 총동문회(회장 김형윤)에서 주최하였으며
경향각지에서 모여든 약350여명의 동문들이 무등산 원효사지구에서 모여 서석대 입석대를 거쳐 장불재까지 산행을 같이 하며 동문들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고 유은학원이라는 한 울타리 공동체의 소중함도 공유하는 만남과 소통의 자리가 되었다.
유은3018에서는 재경에서 1명, 광주에서 20명 등 모두 21명이 참석하여 단일 기수로는 가장 많이 참석한 기수중의 하나가 되었다.
아침10시에 원효사지구 주차장에서 집결이었지만 서둘러서 집을 나선 것은 무등산 원효사지구로 가는 버스는 달랑 1대이기 때문이다.
1187번이 원효사지구까지 가는데 매주 주말이면 갈아타는 곳인 산수동 오거리나 장운초등학교 앞에는 원효사지구로 가는 수많은 등산객들로
버스는 초만원이 되기에 두 세대 그냥 보내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다.
그래서 1187번이 지나는 광주역앞에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환승하였지만 역시나 산수동오거리에서 차는 어느새 만차가 되버린다.
다음 정거장인 장운초등학교앞을 그냥 지나치면서 언뜻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에 전화통 붙잡고 다음 차는 탈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내려놓고 간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작고개를 기우뚱거리며 오랜세월 광주를 굽어보며 온갖 시름과 희노애락을 같이 겪었을 전망대를 지나고 무진고성 성곽을 스쳐지나가는
길엔 무등산 옛길1구간 이라는 표지판이 선명하게 보인다.
맑은 물로 출렁이는 4수원지는 학창시절 행군종착지로 아련한 기억을 담아내고 닭가슴살 육회로 유명한 화암동 가든단지를 지나 전두환 전대통령의 조상인
정묘호란때 명장 전상의장군의 사당인 충민사를 지나고 충장공 김덕령장군의 사당인 충장사를 지나 무등산 동쪽자락을 가슴으로 즐기며 가는 사이
버스는 원효사지구에 도착하여 우리들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원효사지구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9시20분이어서 출발예정시간인 10시에 40여분이 남아 500미터 떨어져 있는 원효사 마실길에 나섰다.
회암루를 지나 대웅전뜨락으로 들어선 이른 아침의 원효사는 대웅전만 열려있고 나머지 약사전이나 명부전 영산정 등의 문은 닫혀있다.
보살님들의 청소가 아직 한창인 것이 조용한 아침의 산사를 깨운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다.
원효사는 광주시 북구 금곡동 무등산의 북쪽에 위치한 사찰로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 송광사의 말사이다.
7세기 중반인 신라시대 국사인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져 원효사라 불리워졌고, 정유재란과 6.25 전쟁으로 모두 소실되었다가
1954년 당국의 무등산 개발로 인해 대웅전과 선원(禪院)과 요사(寮舍) 등의 건물이 중건되었다.
경내의 중앙엔 보통 석탑이 있으나 원효사엔 지장보살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금강역사상 들이 서있으며 뒤로 보이는 대웅전은 1981년에 세워졌다.
무등산의 옥계수인 감로정의 마르지 않는 샘물을 쉴새없이 퍼주는 동자승의 미소는 이 곳을 찾아 목마름을 해소하고자 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씻어주고 정신을 정화시켜준다.
대웅전에는 석가여래를 주불로 좌우로는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모셔져 있고 동방정토의 주인인 약사여래를 모셔둔 약사전은 아직 닫혀있다.
대웅전 우측으로는 영산정이 있다. 보통의 산사에는 삼성각이나 성산각이 들어서 있는 위치이나 원효사엔 영산전이 들어서있다.
아마 삼신을 모시는 기능은 같을 것으로 추정되나 문이 안 열려있어 확인이 안된다.
개산조당과 영산정 사이에 있는 명부전이 있으며 내부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명부들이 봉안되어있다.
명부전 내부와 개산조당 뒷편의 지장보살석불.
원효대사의 영정이 모셔져있는 개산종당의 벽 탱화와 내부 원효대사 영정.
범종각 네기둥에 쓰여있는 글귀를 찾아보니 이 종소리를 듣고 번뇌를 끊일 지어다.
지혜가 자라고 보리심이 생기며 지옥과 삼계의 고통에서 벗어나 원컨대 불도를 이루어 중생을 제도 하리라....이렇게 풀이가 되어있다.
부도와 탑비가 있는 부도군으로 1927년 절을 중수한 원담화상의 탑도 있다.
원효사를 나와 원효사지구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동문들 틈사이로 보이는 친구들의 모습이 밝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무등산이 주는 넉넉한 어머니가슴때문에 그럴것이다.
여기서 유은학원 동문들은 각자의 베낭에 꼬리표를 달고 빨갛고 노란 단풍으로 물든 옛길2구간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옛길2구간은 공원관리사무소 근처의 입구에서 출발하여 서석대까지 4.12km이나 오늘 합동등반대회는 2구간 종점인 서석대에서 입석대를 거쳐 주행사장인
장불재까지 약 5.2km에 이르는 산행이다.
멀리 정상인 지왕봉의 모습이 보이고 군작전도로를 지나 서석대를 오르기 시작한다.
여기서 친구들은 대부분 장불재로 작전도로를 따라 내려섰으나 무등산까지 와서 서석대에 오르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마음이 들기에
바로 서석대로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서석대입구에서 입석대거쳐 장불재로 내려서는 시간은 작전도로에서 서석대까지 500미터, 서석대에서 입석대까지 500미터, 입석대에서
장불재까지 400미터 등 1.4km에 40여분만 더가면 된다.
서석대전망대에서 바라본 중봉과 억새밭 그리고 서석대의 수정절벽.
이 수정절벽은 눈내리는 한 겨울이면 햇빛에 반사되어 그 빛이 광주시내 전역에 골고루 비쳐진다 하며 광주를 빛고을이라 부르는 것도 서석대의 빛때문이다한다.
어제(10월29일)는 두 번째 무등산 정상개방한 날이었다.
지난 5월14일 45년만에 처음으로 무등산정상인 천왕봉 지왕봉 인왕봉을 시민들에게 개방하여 무려 오만여명의 시민들에게 감격을 선사하더니
시와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노력과 군부대의 협조로 봄에 이어 가을에 두 번째 정상개방을 하여 아마 이 서석대엔 정상으로 올라서는 인파로 기다란 줄이
첫 번째 개방때와 마찬가지로 가득 들어섰을 것이다.
지난 5월14일 45년만에 처음으로 개방된 무등산 정상을 보고자 서석대에 오른 수많은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
철조망으로 둘러쌓인 무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45년만에 열리고 10월29일에 두 번째로 열렸다.
글보기☞ simpro의 길이야기중 45년만에 개방된 무등산정상
서석대 뒷편의 억새능선밭은 무등산을 찾은 시민들의 쉼터이다. 억새밭에 앉아 정상을 바라보며 잠깐 다리쉼을 하는 인파로 서석대는 항상 북적댄다.
왔으니 남길수밖에 없는 서석대 인증샷..그리고 서석대에서 바라본 중봉과 희미하게 보이는 광주시내.
서석대에서 입석대를 거쳐 장불재로 하산하는 길은 작전도로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길보다 아기자기하다.
각종 기암괴석과 억새로 장관을 이루는 입석대가는길...
입석대는 무등산 서석대와 더불어 대표적인 절경의 하나로 높이가 10~15미터 정도인 5~6면체의 돌기둥들이 반달모양으로 둘러서 있는 곳이다.
이곳에 있는 제단은 입석대가 가뭄이나 질병의 전염이 심할 때 지방관리들이 하늘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제를 지내던 제천단(祭天壇)이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선 중기까지만 하여도 이곳에 입석암(立石庵)을 비롯하여 주변에 많은 암자와 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불재에서 바라본 무등산 서석대(좌측)과 입석대(우측)의 모습.
서석대에 오르지 않고 장불재로 향한 친구들이 자리를 펴놓고 점심준비가 한참이다.
제1회 유은한마음등반대회 현수막이 걸려있는 바로앞에 자리를 잡은 것이 빛나 보인 것은 총동문회에서 보물찾기 종이를 현수막주변에 집중적으로
뿌려났기에 17명의 보물찾기 당첨자 중 3018에서 무려 7명이 나왔기 때문이다.
3018산악회와 친구들의 단체사진 배경이 너무 좋다.
행사장소인 장불재에서는 350여명의 동문들이 모여 장기자랑과 보물찾기 등이 열렸다.
재경총동문회에서도 약 70여명의 동문들이 버스2대를 대절하여 내려왔다.
차량을 가져온 친구들은 장불재에서 원효사지구로 하산하고 10여명이 증심사지구로 하산하였다.
중머리재 억새밭과 표지석에다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긴 내리막길을 앞서거니 뒤서기니 하며 내려간다.
증심사지구로 내려서는 길은 온통 노랑물결이다.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무등산은 유은한마음 등반대회에 참석한 동문들의 우정과 사랑이 옴팡지게 묻어난 아름다운 산이었으며
깊어가는 가을속 단풍길에 피어난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색칠해진 수채화였다.
이 중머리재에서 증심사 문빈정사까지의 길은 노무현등산로이기도 하다.
봉하마을에 가면 노무현산책길이 있듯이 당신이 생전에 광주에 왔을때 시민들과 같이 무등산에 오른 길을 노무현등산로로 칭하여
그 기념등산을 곧 한다한다.
가을 단풍산은 지난번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이번에 무등산을 보았고 다음엔 제주도 한라산으로 간다.
이 가을이 가기전에 오방색으로 물든 가을산을 다 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한라산의 단풍 또한 절경이라 하니 출발을 앞둔
지금 어린아이마냥 설레임에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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