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별과 詩가 있는 마을

[스크랩] 배꽃을 기다리며~

산술 2013. 4. 25. 17:25

 

 

 

시집 오기 전,

이십 칠년을 살았던 진북동 우리 집에는

우물가에 배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배나무도 아마 내 나이쯤 되었을 터인데

심하게 가지치기를 한 뒤에도,

시원한 물이 줄줄 흐르는 맛좋은 놈들을

해마다 열댓 개씩은 달고 지냈다.

 

 

그 배나무가 피워내던 하이얀 배꽃이

달빛과 어우러져 내는 정한은

아직 인생의 깊은 의미를 다 알지 못했을 나에게까지

어찌나 은근하면서도 절절하였는지 고려조의 충신이었던

`이조년`의 시조 한 구절을 읊조리게 하였던 것인데,

이 밤 갑자기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데~~~`하는

시조가 내 맘을 사로잡는구나.

 

 

때로는 감성이 들끓어서,

봄감기 앓는 아낙의 한숨이 높은 대관령도 넘을 기세더니

사방에 꽃망울 터뜨리는 소리 자자함에

그 동안 잊고 지내온 내 안의 깊은 심연에서  온갖

감정의 끄나불들이 줄줄이 엮여져 밖으로 튀어 오른다.

 

 

꽃! 이라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빨강이나 분홍이나

곱디 고운 빛깔들을 제치고서

하얀 배꽃이 먼저 생각나는 까닭은

아마도 병이라 부를만큼 다정이 사무친 탓일꺼나, 

달빛 쏟아지는 밤에 잠못 이루게 하던 그것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더란 말이냐?......

 

 

오늘날

우리로 하여금 가슴앓게 하는 늦은 봄감기말고

자식걱정 남편걱정 부모형제걱정 말고 그대들을

잠못 이루게 하는 무언가가 있거들랑

그 또한 복이라 여기고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편지를 보내시라.

 

 

때로는 실체가 없는 대상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나 느꺼움의 뿌리가 더 깊고,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갈구와 원념이 우리를

더 깊고 내밀한 골짜기로 안내하나니,

 

 

이 밤 그대들도

          소복입은 여인인듯 고즈넉하게 피어 있는

                     배꽃 그윽한 뜨락으로

                                  내려 서시게들!~~~~~~

 

 

    

 

이화에 월백하고

       
               

         

         梨花(이화)에 月白(월백)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 제
         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자규)야 알랴마는
         多情(다정)도 病(병)인양하야 잠 못들어 하노라
         
        하얗게 핀 배꽃에 달은 환히 비치고 은하수는 (돌아서) 자정을 알리는 때에
        배꽃 한 가지에 어린 봄날의 정서를 자규가 알고서 저리 우는 것일까마는
        다정다감한 나는 그것이 병인 양, 잠을 이루지 못하노라.
                     
        고려조..충혜왕 때 충신인 매운당,李兆年"의 시이다
        왕에게 직언을 하였으나 왕이 이를 듣지 않으므로 스스로 물러나
        고향 성주에 은거하면서 자기의 충심을 담아 지었다...
         
        多情哥"로도 불리는 이 시조는 고려 시조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노래로 우리에게 널리 애송되는 시조 중의 하나이다.
        지은이의 마음이 배꽃과 달빛, 그리고 두견(소쩍새?)의 울음소리 등의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져 절창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비유하여 왕에 대한 충심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문학성의 돋보인다.
        海東歌謠“와 靑丘永言, 그리고 甁窩歌曲集에 실려 있다.
         
         
 
 
 
     
 

 

       
       
       
         
       
       

     

     

     

     

     

     

     

    출처 : 살가운 인연&공동구매 장터
    글쓴이 : 이쁜 하늘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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