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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시문집(茶山時文集)시(詩35) 제2권

산술 2013. 1. 9. 12:42

시(詩)

 

맹화와 요신 곧 오ㆍ권 두 벗이다 이 공주 창곡의 부패한 행정으로 인해 백성들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실태를 극구 말하기에 그 말을 내용으로 장편 삼십 운을 지었다[孟華堯臣 卽吳權二友 盛言公州倉穀爲獘政 民不聊生 試述其言 爲長篇三十韻]

 

창고에 곡식가마 쌓아놓은 건 / 壘壘倉厫積
선왕 본디 농민에 치중했던 것 / 先王本厚農
깊은 꾀 가뭄 홍수 도움을 받고 / 深謀資水旱
외적의 침입 막는 방비되었지 / 外侮備垣墉
주 나라 법 흉년을 슬퍼하였고 / 周禮哀荒札
당요 백성 태평을 기대했거니 / 堯黎望協雍
성군 조정 조세가 가벼웠다면 / 聖朝寬賦斂
맑은 세상 기근이 없었고말고 / 淸世罕饑凶
묘당 계책 산골의 백성을 위해 / 廟略敦巖邑
농촌 곡식 산 넘어 보내줬거늘 / 村輸陟峻峯
탐관오리 자기의 잇속만 노려 / 貪夫要自利
교활한 농간질이 늘어만 가네 / 奸竇得相容
만섬 물도 끝없이 새어나가고 / 萬水歸閭洩
천금도 용광로에 녹아버리네 / 千金入冶鎔
환자쌀 말이 넘게 요구를 하고 / 庭量須溢斛
관가 쌀 잘 찧으라 당부를 하네 / 廚餉勑精舂
엄한 재촉 그 어찌 기한 어기랴 / 督責寧踰限
그때마다 품을 사 운반해 가니 / 調移每雇傭
몸은 낟알 나르는 개미 같다면 / 身如輸粒蟻
마음은 창자 잘린 벌과도 같아 / 心似割脾蜂
집안 식량 텅 비어 바닥났건만 / 盡室方懸磬
늦을세라 제각기 곡식 지고 가 / 贏糧各趁鐘
관리 꾀는 꾀마다 교활하지만 / 吏謀隨處密
백성 풍속 예부터 순박할 따름 / 氓俗古來恭
참새 쥐 어찌 그리 사납단 말가 / 雀鼠何其壯
물 없이 기럭 고기 헐떡거리네 / 鴻魚秖自喁
뼈마저 깎아가는 칼은 있으나 / 有刀能刮骨
가슴을 적실 만한 술도 없어라 / 無酒可澆胸
나라의 부정 적발 거짓말일 뿐 / 檢發徒虛語
마침내 멀리 떠나 유랑민 신세 / 流亡遂遠蹤
한 나라 조정 때의 진휼은 없고 / 漢廷無賑貸
당 나라 법이던가 세금만 늘어 / 唐稅疊調庸
도망자 잡는다고 마을 소란코 / 逮捕騷隣里
먼 친척 사람까지 빚을 물리네 / 徵逋及遠宗
펄럭이는 영깃발 사람 놀라고 호서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군량을 독촉하여 받아갈 때마다 감사가 영깃발을 군졸에게 내주어 백성들의 마음을 위협하였다. 이 때문에 마을마다 난리를 만난 것 같았다고 하였다. / 令旗驚獵獵
농사 제사 북소리 울리지 않아 / 賽鼓闃鼕鼕
이는 모두 비장의 독단 아니고 / 裨將非專輒
제 몸을 살찌우는 감사의 책임 / 監司乃自封
남은 것은 송아지 한 마리일 뿐 / 所餘唯短犢
차가운 귀뚜라미 서로 위안해 / 相弔有寒蛩
초가집 뛰노는 건 여우와 토끼 / 白屋狐兼兎
고관집 붉은 문엔 청룡 같은 말 / 朱門馬似龍
촌가에는 섣달 넘길 쌀도 없는데 / 村粻無卒歲
관가 창고 무난히 겨울을 나네 / 官廩利經冬
궁한 백성 풍상이 몰아치는데 / 窮蔀風霜重
대감집 산해진미 바쳐 올리네 / 珍盤水陸供
추유장은 스스로 읊기 어렵다 / 樞楡難自詠
바지춤 저고리깃 누가 매주나 / 䙅襋且誰縫
낡은 샘 고드름만 높이 쌓이고 / 廢井堆晨凍
묵힌 밭 줄풀 잡초 우거졌다네 봉(葑) 자는 거성(去聲)으로 줄풀의 뿌리이다. 그러나 진이도(陳履道) 시의 "호전폐후이생봉(湖田廢後已生葑)"이나, 육유(陸游) 시의 "수락택생봉(水落澤生葑)" 등은 다 평성(平聲)으로 운을 달았다. / 荒田被晩葑
도적떼 불어난단 말이 들리니 / 漸聞增潁盜
오랑캐 침입 징조 뭐가 이상해 / 奚異警胡烽
세도가 문 검은 칠 보지 못했고 / 未見豪門漆
사관의 붉은 붓대 이름뿐이네 / 徒聞史管彤
삼엄한 구중궁궐 범이 지키어 / 九門嚴虎守
슬픈 눈물 두 소매 젖을 뿐이네 / 雙袖但龍鍾
정협 그 뒤를 누가 이을꼬 / 鄭俠嗟誰繼
주휘 못 만난 게 애석하구나 / 朱暉惜未逢
그립다 봄날 보습 손질을 하고 / 懷哉理春耜
하늘에서 단비가 쏟아지는 날 / 膏雨上天濃

[주D-001]추유장은……어렵다 : 추유장은 《시경》 당풍(唐風) 산유추(山有樞) 편을 말한다. 산유추 편에 "산에는 스무나무 진펄엔 느릅나무……그대 만약 죽고 나면 딴 사람만 즐거우리[山有樞 隰有楡……宛其死矣 他人是愉]"라고 하여 너무 고생만 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라는 뜻을 노래하였다. 곧 백성들이 삶을 즐기지 못하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다.
[주D-002]바지춤……매주나 : 《詩經》 衛風 葛屨의 "바지춤 달고 저고리깃 달아 좋은 임 입으셨네[要之襋之 好人服之]"를 인용한 것으로 백성들의 딱한 처지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D-003]정협 : 송 나라 복청(福淸) 사람인데 신종(神宗) 때 사방을 떠돌며 고생하는 백성들을 보고 화공을 시켜 유민도(流民圖)를 그려 신종에게 바치자, 신종이 그것을 보고 책궁조(責躬詔)를 내리고 방전(方田)·보갑(保甲)·청묘(靑苗) 등 신법(新法)을 혁파하였다.
[주D-004]주휘 : 후한 명제(後漢明帝) 때 남양(南陽) 원현(宛縣) 사람으로 자는 문계(文季)이다. 임회 태수(臨淮太守)로 있으면서 정사를 잘하여 그곳 관리와 백성들이 존경하고 사랑한 나머지 노래를 지어 부르기를 "강직으로 이룬 사람 남양땅의 주계로세, 관리 위엄 존경하고 백성 은혜 기린다네[彊直自遂 南陽朱季 吏畏其威 人懷其惠]" 하였다 한다. 주계라고 한 것은 그의 자가 문계이기 때문이다. 《後漢書 卷四十三 朱暉傳》

 

 

십일월 초하룻날 서암 봉곡사 온양땅에서 목재 이 선생을 모시고 성옹의 유서를 교정하였다. 이때 이웃 고을에서 모인 선비들이 많았는데 각기 시 한 편을 지었다. 모인 사람은 문달 이광교 승지 수일의 손자, 우성 이재위 홍문 제학 하진의 현손, 사옥 박효긍 교리 효성의 아우, 사빈 강이인 삼휴당 세구의 현손, 여앙 이유석 승지 일운의 아들, 중심 심로 이조 판서 액의 현손, 맹화 오국진 우의정 시수의 현손, 용민 강이중 이인의 재종제, 요신 권기 대제학 유의 현손, 백휘 강이오 교리 침의 종자, 패겸 이명환 목재의 아우 등이었다.[十一月一日 於西巖鳳谷寺 溫陽地 陪木齋李先生校星翁遺書 時隣郡士友多會者 各賦詩一篇 會者 李廣敎文達 承旨秀逸孫 李載威虞成 弘文提學夏鎭玄孫 朴孝兢嗣玉 校理孝成弟 姜履寅士賓 三休堂世龜玄孫 李儒錫汝昻 承旨日運子 沈潞仲深 吏曹判書詻玄孫 吳國鎭孟華 右議政始壽玄孫 姜履中用民 履寅再從弟 權夔堯臣 大提學愈玄孫 姜履五伯徽 校理忱從子 李鳴煥佩謙 木齋弟]

 

찬란하게 빛나는 성호자시여 / 郁郁星湖子
성명이 드러나서 아름답구나 / 誠明著炳文
한없이 넓은 범위 어안이 벙벙 / 瀰漫愁曠際
빈틈없이 치밀함 또한 보이네 / 芒忽見纖分
하찮은 나의 출생 시기가 늦어 / 眇末吾生晩
큰 도를 얻어 듣긴 아련한 처지 / 微茫大道聞
다행히 끼친 은택 입었지만은 / 幸能沾膏澤
애석할사 별 구름 보진 못했네 / 惜未覩星雲
진기한 글 향기를 물씬 풍기고 / 寶藏饒遺馥
사랑 은혜 참으로 생명 건졌네 / 仁恩實救焚
한 분의
노선생에 그 규범 남아 / 典刑餘一老
연세 도덕 대중을 굽어보는데 / 齒德逈千群
도 없어져 노년의 한탄이라면 / 道喪窮年歎
벗 찾아와 늘그막 기쁨이로세 / 朋來暮境欣
성옹 글 교정으로 그리움 풀어 / 校書酬耿結
책 지고 온 고생이 즐겁고말고 / 負笈喜辛勤
소경이 길을 가듯 더듬거리면 / 猶有安冥擿
부질없이 노경에 접어들 따름 / 徒然到白紛
우리 함께 힘쓰자 어진 친구들 / 勖哉良友輩
이곳에서 조석을 보냄 어떠리 / 於此送朝曛

[주D-001]성명 : 《中庸》 제21장의 "성심 상으로부터 이 도리에 밝아지는 것을 자연적인 천성이라 말하고, 이 도리에 밝아진 다음에 다시 성심을 함양하는 것을 인위적인 교화라 말한다."에서 나온 말로, 학문이 천인합일(天人合一 : 천도와 인도가 합쳐져서 일체가 되는 것)의 경지에 오른 것을 말한다.
[주D-002]노선생 : 목재(木齋) 이가환(李家煥)을 가리킨다. '붕래모경흔(朋來暮境欣)'까지는 이가환의 입장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양지
글쓴이 : 양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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