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강사빈에게 주다[贈姜士賓] 초나흗날 산을 내려가려면서 시를 지어 벗들과 작별하였다
고운 기상 대대로 명성 전하고 / 豈弟流徽遠
궁한 신세 세업이 맑기도 한데 / 窮畸世業淸
본성 보전 말속을 벗어났다면 / 葆眞超末俗
기운 전일 어린애 다름없어라 / 專氣若柔嬰
검루 같은 지조를 힘써 지키고 / 勉守黔婁志
정헐이라 그 이름 거부를 마소 / 休辭鄭歇名
인간 세상 가시밭 무성도 하다 / 人間荊棘茂
한 해가 저무는 때 마음이 상해 / 歲暮一傷情
[주D-001]검루 : 전국시대 때 제(齊) 나라의 은사. 죽었을 때 이불이 짧아 염(斂)을 못했을 정도로 가난하였다 한다.
[주D-002]정헐 : 중국 상고 때 어느 명사의 별칭으로 보이는데, 누구인지 자세치 않다.
심중심에게 주다[贈沈仲深]
추운 날씨 짧은 해 그 뒤를 따라 / 寒天隨短景
구름 속 높은 산을 간신히 넘어 / 雲巘歷艱辛
마지막에 이른 자 문장이 좋고 / 末至文詞重
뭇사람 중에서도 기색 새롭네 / 群居氣色新
옷자락 걷어들어 정성이 있고 / 摳衣良有素
잠깐 만났으나 서로 친근해 / 傾蓋且相親
용문의 교분 이미 맺은 몸이니 / 已託龍門好
기풍 애써 속기를 벗어나게나 / 風標勉絶塵
[주D-001]옷자락……있고 : 옷자락을 걷어든다는 것은 자기의 옷자락을 걷어들고 어른의 뒤를 따라간다는 뜻으로, 흔히 스승을 모신다는 뜻으로 쓰인다. 곧 심중심이 이가환을 정성껏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다.
[주D-002]용문의 교분 : 후한(後漢) 때의 명사 이응(李膺)이 평소에 함부로 교제를 하지 않아 혹시 그의 접대를 받은 자가 있을 때는 세상 사람들이 용문에 올라간 자라고 예찬하였다는 데서 나온 말로, 심중심이 이가환과 사제관계를 맺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여앙에게 주다[贈李汝昻]
해변 고을 뜬구름 멀리 보이고 / 湖海浮雲逈
바위 비탈 눈 쌓여 얼어붙은 때 / 巖阿凍雪深
멀리서 현자 따라 찾아왔으니 / 遠隨賢者至
진실한 고인 마음 아니 저버려 / 不負古人心
절간에서 선비들 모임 가지니 / 僧院成儒雅
찰방 또한 사림에 의탁하였네 / 郵官託士林
좋은 이웃 언제나 가까이 있어 / 德隣常近住
서로 찾는 그대가 부럽고말고 / 羨爾有參尋
이패겸에게 주다[贈李佩謙]
하늘 부여 모든 게 공정하건만 / 蕩蕩洪勻賦
인재 냄은 그 어찌 치우치는고 / 生才柰獨偏
등림이라 고운 싹 이미 돋았고 / 鄧林芽已茁
단혈이라 봉황 깃 고르게 곱네 / 丹穴毳皆鮮
삼창 글자 일찍이 구별했거니 / 早識三倉辨
사고 서책 앞으로 전부 엿보리 / 行窺四庫全
대장부 모름지기 활달해야만 / 丈夫須豁達
지나치게 꼿꼿함 아니 좋다네 / 狷介未爲賢
[주D-001]등림 : 제1권 주 7) 참조.
[주D-002]단혈 : 《산해경(山海經)》남산경(南山經)에 나오는 산 이름. 금과 옥이 널려 있고 오색의 무늬를 가진 봉황새가 산다고 한다.
[주D-003]삼창 : 한(漢) 나라 초기에 어떤 사람이 그 당시 전해오는 자서(字書)인 《창힐편(倉頡篇)》·《원력편(爰歷篇)》·《박학편(博學篇)》을 모아 만든 책이름이다.
[주D-004]사고 : 본디 궁중에서 경(經)·사(史)·자(子)·집(集)을 따로 분류하여 네 군데의 서고에 보관했다는 데서 나온 말로, 많은 서책을 뜻한다.
강용민에게 주다[贈姜用民]
타향에 새로 사귄 벗이 많은데 / 客土多新契
명문가의 준수한 인물 얻었네 / 名門得俊姿
공명은 본디 절로 지니었으니 / 功名他自厚
시례 공부 닦음이 마땅하여라 / 詩禮故相宜
뭇 자질 뒤를 따라 방랑하다가 / 放浪隨群從
스승 찾아 글 배워 공손하구나 / 勤恭就老師
그대의 넓은 가슴 좋긴 하지만 / 喜君襟袍闊
예의 범절 행실을 추스르게나 / 聊以攝威儀
강백휘에게 주다[贈姜伯徽]
햇살 받아 빛나는 노을빛 기풍 / 映日霞標粲
바람결에 말쑥한 옥수로구나 / 臨風玉樹淸
화기 속에 매서움 깃들어 있고 / 雍容留寸鐵
단정해 영걸 중에 뛰어났다네 / 端雅拔群英
책 너무 보는 버릇 우선 줄이고 / 且減看書癖
술꾼이란 이름은 남기지 마소 / 休傳飮酒名
악전 신선 만약에 만난다면 / 偓佺如可遇
옷깃 펴고 장생술 물어보게나 / 敷衽問長生
[주D-001]옥수 : 옥같이 깨끗한 나무로, 외모가 준수하고 재간이 남다른 사람에 대한 미칭이다.
[주D-002]악전 : 당요(唐堯) 때 중국 괴산(槐山)에서 약을 캐먹고 살았다는 신선 이름이다.
분매를 두고 읊어 대릉의 네 노인에게 부치다[詠盆梅寄大陵四老]
겹방석 제아무리 다습다 해도 / 縱許重茵煖
찬기운 얇은 장막 스며드누나 / 輕寒透薄帷
곁가지 모두 이미 꽃이 피었고 / 繁條俱已發
가장 높은 가지만 아직 남았네 / 留得最高枝
퇴도의 유서를 읽으며[讀退陶遺書]
한적 속에 겨우 보니 모든 일이 바쁜데 / 閒裏纔看物物忙
이 가운데 가는 세월 잡아맬 길이 없네 / 就中無計駐年光
반평생 가시밭길에 희망 기대 어긋나고 / 半生狼狽荊蓁路
칠척 몸이 싸움터에 갈피를 잡지 못했네 / 七尺支離矢石場
만 가지 움직임이 조용함만 못하고 / 萬動不如還一靜
흔한 향취 따르느니 외론 향기 지킴 나아 / 衆香爭似守孤芳
도산이며 퇴수는 그 어디에 있는지 / 陶山退水知何處
아스라이 높은 기풍 끝없이 흠모하네 / 緬邈高風起慕長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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