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발길이 뜸했던 장터로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몰려가 동네가 텅 비었다.
열일곱 벙어리 덕보는 장에 가지 않고 고추밭에서 고추를 한자루 따 와서 마당에 멍석을 깔고 펴 말렸다.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덕보는 허우대가 멀쩡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빈 자루를 들고 또 고추밭으로 가려고 동네 어귀를 도는데,
길바닥에 허초시 아지매가 주저앉아 울상이 되어 발목을 잡고 있다가 손짓으로 덕보를 불렀다.
보아하니 발목을 삔 것이다. 덕보가 뒤에서 겨드랑이를 잡고 허초시 아지매를 일으키자
그녀는 쓰러질 듯 덕보의 목을 껴안았다.
덕보가 절룩거리는 그녀를 부축해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
허초시 아지매가 팔을 올려 덕보 목을 감는 바람에 겨드랑이를 부축한 덕보의 손이
그녀의 젖무덤 맨살에 닿은 것이다.
누가 볼까 봐 두리번거렸지만 흘레하는 개 두마리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루에 허초시 아지매를 앉혀 놓고 돌아가려는
덕보를 그녀는 소매를 잡고 죽을상을 지어 보이며 방문을 가리켰다.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발목을 주물러달라는 시늉을 하며 덕보의 허벅지 위에 오른다리를 올렸다.
생전 처음 여인의 살을 만져 보는 덕보의 하초가 그만 뻐근해지더니
꼴사납게도 염치없는 그놈이 차양막을 친 듯, 아랫도리를 뚫을 듯 솟아올랐다.
허초시 아지매는 왼발을 덕보의 사타구니에 얹어 발가락으로 그놈을 살살 건드렸다.
허초시 아지매가 덕보의 목을 감고 넘어졌다.
삼십이 넘어 육덕이 흐드러진 아지매가 덕보 위에 앉아 철퍼덕 철퍼덕 방아를 찧자
덕보는 숨이 넘어갔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금방 일을 끝내고 바지춤을 올리는 덕보를 아지매가 또다시 쓰러트렸다.
이번엔 일이 금방 끝나지 않았다.
방구들이 꺼지고 지붕이 내려앉을 듯, 아지매는 끙끙 앓으며 땀을 쏟았다.
덕보가 옷을 입고 조끼는 손에 쥔 채 문을 열고 황급히 나가자,
아지매는 벌거벗은 채 얼굴만 문밖으로 내밀어 묘한 웃음을 지었다.
바로 그때, “새댁 있는가?” 이웃 할매가 들어오다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덕보가 후다닥 대문을 빠져나가자 허초시 아지매는 대성통곡을 하며
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저놈 잡아라. 아이고, 아이고. 저 불한당 같은 벙어리 놈이 나를 겁탈하다니….”
그녀는 덕보를 관가에 고발했다. 덕보와 허초시 아지매가 사또 앞에 섰다.
덕보는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눈앞이 캄캄한데,
허초시 아지매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사또에게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덕보가 손을 저으며 “어버버 어버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쇤네가 발목을 삐어서 길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저놈이 부축해서 집까지 데려다 주기에 고맙다 했더니
웬걸, 방으로 들어와 겁탈을 하지 뭡니까. 살려달라고 소리쳐도….”
“자세히 설명해 보렷다.”
“네. 저놈이 한손으로 제 두손을 꽉 잡고, 한손으로는 소리를 못 지르게 제 입을 틀어막고,
숨이 막혀 죽는 줄 알았습니다. 또 한손으로는 돌덩이 같은 양물을 잡아….”
“잠깐!”
사또가 소리쳤다.
“저 벙어리는 손이 세개란 말이냐! 여봐라!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저년의 혀를 잘라 버려라.”
그러자 새파랗게 질린 그녀가 두손을 싹싹 빌며 하는 말.
“사또 나리, 지금 생각하니 마지막 손은 제 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