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TV에 농학도가 벼나무라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웃은 일이 있었는데, 어떤 의학자가 스님
몸에서 나오는 「사리」를 담석증의 일종이라 하여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 있다.
녹두알만한 돌이 몸에 생겨도 고통스러워 수술을 해야 할 판인데, 엄지손가락만한 구슬들이 수
십 개 내지 수백 개가 몸 속에 들어 있어도, 수술은커녕 건강하게 살다 가시는 스님들의 삶에 대
해 귀동냥도 못한 무지한 의사에게 무슨 말을 할까마는- - - - -사리에 대한 얘기가 분분하여 몇
가지 적고 싶어진다.
사리의 생성 과정을 진주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조개살에 모래가 박히면 고통스러워 그 이물질
을 밀어 내려고 온 힘을 다하지만 더욱 깊숙히 박히고, 그것을 밀어 내려는 정기는 굳고 굳어 영
롱한 진주가 되듯 사리 또한 그렇다 하나, 어찌 조개의 진주와 수행자의 사리를 비교하겠는가!
여기 사리 수습의 과정을 소개하여 사리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절집에서 화장을 다비라 하는
데, 먼저 다비할 곳에 석 자 석 치의 작은 구덩이를 판 다음 그곳에 옹기나 자기단지를 넣고, 맑은
정한수를 채운 다음, 창호지나 삼배로 세번쯤 풀을 먹여 단지를 봉하고, 그 위에 단단한 청석을
두세 겹 올려 놓고 흙을 덮는다. 그 다음 위에 소금과 숯을 두껍게 깔고 또 흙을 덮어 꼭꼭 다진
다음, 장작과 차나무로 단을 쌓고 시신을 올린다. 차나무를 사용함은 살 타는 냄새를 흡수하기
위해서이다. 다비식이 끝나면 시신은 수천 도의 열에 한 줌 먼지되어 사라지지만, 스님네가 닦
으셨던 수행정기는 흙을 지나 숯과 소금, 청석과 삼배를 뚫고 단지 속 한가운데 신령스런 영골
되어 사리로 방광하니 이 신비, 아니 지고지순한 이 수행의 결정체를 어찌 담석과 진주로 설명
하랴!
분석적인 그들 사고가 조화로운 동양의 불가사의를 얼마나 잘 설명해 낸 말인지는 알 수 없으
나, 분명한 것은 담석의 돌맹이로 타다남은 뼈조각도 아닌 불가사의하고 신령스런 영골임에도
두말할 나위 없는 것이니, 많은 스님네들이 그 수행공덕의 자취로 사리를 남겼음을 일러두고,
또 한 가지 그 사리보다 더 귀중하고 보배로운 사리가, 살아 숨쉬는 「인간사리」임을 밝혀 두고
싶다.
많은 후학들을 길러 내고, 배움과 깨달음의 길을 열어 주시느라 몸속의 사리마저 올올이 태워
버린, 더 큰 스님네의 보시공덕을 상기시키고픈 마음이다.
※ 석용산 스님 에세이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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