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머물고 싶은 곳

[스크랩] 덕적도, 가슴으로 밀물지다

산술 2011. 8. 17. 17:25

 

‘집중호우 해제 하지만 일부 소나기’라는 일기예보, 배를 타고 섬에 가야 하는 입장에선 예보 속 ‘일부’라는 문구가 참 거슬린다.

 날마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희비가 교차하던 일주일이 지나고 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 구름 낀 하늘이지만 배 운항에 큰 문제

는 없어 보인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부슬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배에 몸을 실었다.




“부아앙~” 뱃고동 소리 울리며 연안부두를 뒤로, 덕적도를 향해 

덕적도까지 같이 갈 갈매기동무 




연안부두가 멀어진다. 이제야 섬으로 간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한다. 배를 둘러보고 2층의 후미 쪽으로 가니 갈매기 수십 마리

가 배를 따라오고 있다. 눈치 빠르기로 유명한 인천 갈매기다. 갈매기와 놀려면 과자 한 봉지 들고 가자. 과자를 던지면 기다렸

다는 듯이 부리로 받아간다. 또 과자를 손에 들고 뻗으면 날아와 낚아챈다.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치는 갈매기에 놀라는 것도

 한 재미다. 바닷바람을 타는 수십 마리 갈매기의 날갯짓은 배에서만 볼 수 있는 특권이다.





지평선 가늠이 어려운 여객선 전방 




여객선 복도에서 즐기는 담소 

인천대교 




서해 속으로 들어갈수록 바다안개가 점점 진하다. 그 속에서 인천대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내륙과 연결된 마지막 구조물을 지

나니 본격적으로 바다만의 세상에 들어온 기분이다. 물살 가르는 소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

는 사람들로 실외 벤치가 만석이다.

 

인천광역시에서 남서쪽으로 82km 정도 떨어진 덕적도, 가는 배편은 이동시간 약 50분이 소요되는 직행과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유행 두 가지가 있다. 자월도, 승봉도, 이작도 등 자주 볼 수 없는 섬에 눈도장을 찍고 싶다면 경유행으로 느긋하게 서해의

모습을 느껴보길 권한다.




여기가 덕적도임을 알리는 빨간등대

덕적도 선착장 




덕적도 포구의 상징 ‘빨간 등대’가 보인다. 출항한 지 약 3시간 만에 도착이다. 안개가 심해 연착했다는 방송이 울린다. ‘뛰자’ 이

번 취재의 목적지는 굴업도.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가는 배편으로 갈아타야 한다. 굴업도행 배편이 아직 대기 중이다. 연착한 것

을 고려한 모양이다. 멀미가 날 것 같아 실내에 몸을 뉘었다.

 

한참이 지났음에도 출발할 기미가 없다. 안개가 심한 관계로 운항이 통제됐다는 선장의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린다. 동시에

굴업도를 가려던 사람들의 탄식이 터진다. 통제가 풀려 다시 출발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배에서 나와 덕적도에 다시 섰다. ‘덕적도를 취재해야 한다’ 꿩 대신 닭은 들어봤지만 굴업도 대신 덕적도라니, 사전조사도

없이 굴업도보다 훨씬 큰 덕적도를 어떻게 알아볼까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일단 지도부터 펼쳤다.

 

 

섬 중앙에 마을이 있다. 그 근방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해변도 있다. 이곳의 숙박을 잡고 기준 삼아 동쪽, 서쪽 나눠 취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픽업서비스가 가능한 숙박업소를 잡아 섬 가운데 서포리로 이동했다. 덕적면사무소를 지나 해변도로를

 달리자 왼편으로 바다안개 속에서 무인도들이 보인다. 해변도로를 지나 작은 고개 하나를 넘는다. 오른쪽으로 섬의 산세로 보

기 어려운 봉우리들이 겹겹이 솟았다.

 

선착장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서포리. 작은 논과 밭 그리고 가옥이 어우러진 섬마을을 예상했지만, 유명관광지의

축소판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숙박업소, 식당은 흔한 편이고 마을 초입에는 산책로와 자동차야영장까지 마련돼 있다.




 

     서포리의 자랑 '웰빙 산책로' 코스 중 만날 수 있는 연리지도 놓치지 말자




마을 어디서도 눈에 띄는 것이 노송이다. 나무의 두께, 높이, 껍질 등 내륙에서 접하던 침엽수의 모습과 다르다. 그런 노송이 군

락을 이뤘고 그 사이로 길이 났다. ‘서포리 웰빙 산책로’다.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줄기의 휘어진 정도가 심하

다. 지리적 조건을 악으로 버티고 있는 듯 힘이 느껴진다. 여기 노송의 대부분은 수령이 200년 이상이라고 한다. 바다내음과 함

께 피톤치드 가득한 숲내음이 뒤섞여 코를 찌른다. 덕적도는 이곳 산책로 외에 국수봉 삼림욕장이 하나 더 조성돼 있다.



 

       서포리해변


고동 

모래사장 폭죽의 주인공 ‘게’ 




웰빙 산책로를 걸으며 몸속 정화를 마치면 서포리해변에 당도한다. 바다를 참 포근하게 안고 있는 해변이다. 타원형으로 섬에

 안긴 바다와 갯벌, 모래의 넓은 사장 그리고 뒤쪽 병풍처럼 둘린 해송 숲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을 상상해본다.

 

해변에 왔다면 맨발이 제맛이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밟아본다. 모래가 꽤 곱고 부드럽다. 드문드문 풀이 자라나 있는데 억센

잎사귀를 가졌다. 절로 까치발이 되면서 동동 구르게 된다. 풀이 자란 모래사장을 지나는 아이들도 따가운 듯 발을 동동구르는

데, 누가 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좀 더 고운 모래인가 싶더니 갯벌로 이어진다. 입자가 고운 갯벌에 썰물이 만들

어 놓은 예술작품이 덮였다. 잔잔한 파도가 정지한 듯 굴곡졌다. 덕적도의 지문 같기도 하다. 추상적이지만 그 위로 걷는 발에

 리듬감이 전해진다. 썰물 때 드러난 생태계 또한 인상적이다. 모래 위 옅은 길이 여기저기 났다. 그 길의 끝에는 고동이 있다.

 소용돌이 모양으로 돌아 움직인 흔적, 바닷가 방향으로 직진한 흔적 등 썰물로 바다가 빠진 이후 고동의 경로가 어떠했는지 짐

작된다. 해변의 왼편에 선착장 방향으로 가면 다시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여기 해변에는 폭죽이 터졌다. 하늘이 아닌 모래사장

에 말이다. 작은 게가 숨으려고 만든 구멍 주위로 동골동골 뭉친 작은 모래알들이 쌓여 꼭 폭죽 터진 모습이다. 갈매기 같은 포

식자를 피하고자 만들어진 생존의 현장이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만큼 들어가도 물깊이가 허리에 못 미친다 




바다가 눈앞에 있다고 다이빙했다가 코피 쏟을 수 있다. 50미터 이상 바닷속으로 전진했음에도 수면이 허리 정도에 머무는 정

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잔잔한 파도, 깨끗한 바닷물, 얕은 물 깊이 등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적격이다.




선착장의 서쪽 풍경

서 있는 곳이 여기서 제일 좋은 포인트라는 낚시꾼 

선착장 부근의 해변 




선착장 부근, 기암과 모래사장이 한데 어울린 모습이다. 선착장 주위에 강태공이 없을 리 없다. 덕적도는 낚시꾼들에게도 인기

다. 이유는 풍부한 갯바위 포인트와 다양한 계절별 어획물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장어, 돌돔, 도다리, 광어, 놀래미 등이 잘

잡히며, 봄에는 우럭, 농어, 망둑어(망둥어라 불린다)가 잘 잡힌다고 한다.




서포리마을에서 시작하는 비조봉 등산로 안내판 

등산로 초반 코스 

후반 급경사 코스 




서포리에 산책로가 조금 아쉽다면 비조봉으로 이어진 등산을 즐겨보자. 등산복, 가방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물

만 있어도 충분하고 카메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다음날 오전 10시, 비조봉으로 향했다. 안개가 상당하다. 주민에게 물어보니

여름에는 안개가 심한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람이 강한 날에는 지금처럼 심한 안개도 5분 만에 싹 걷힌다고 한다. 안개 낀 덕

적도, 안개 걷히는 중인 덕적도, 안개가 사라진 덕적도, 이렇게 3가지 모습을 포착할 절호의 기회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발을 내

디뎠다.

 

비조봉 정상까지 거리는 약 1km. 초반 약 600m는 가볍게 오를 수 있는 경사다. 남은 400m 구간은 경사가 매우 급해 조심을 요

구한다. 땀에 습기까지 가세해 중간마다 숨을 고르길 십여 차례, ‘오르막 중의 오르막이다’ 탄식이 절로 나온다. 안개가 심해 대

략 어느 높이에 왔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순간 비조봉의 팔각정이 나타났다.




비조봉 정상 

방향판이 무색할 정도로 짙은 안개 




높이 300m도 안 되는 곳이 맞나 싶다. 사방을 둘러보지만 비조봉 아래 어떤 것도 포착되지 않는다. 사진을 촬영해 보니 설악산

대청봉에서 찍은 사진과 별다를 바 없다. 비조봉 바로 아래까지만 형성된 안개가 바람 따라 산세를 넘어가는데, 그 움직이는 안

개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렇게 안개가 걷히길 기다린 지 두어 시간. 가끔 희미하게 보이는 서포리 외에 안개가 걷힐 듯 하면서 끝내 걷히진 않는다. 이

런 분위기도 매력적이지만 시원한 절경을 보고 싶다면 봄 또는 가을에 비조봉을 찾는 것이 좋겠다. 아쉬움을 남긴 채 다음 목적

지 밧지름 해변으로 내려갔다.




밧지름해변 뒤편 해송숲 

 

밧지름해변 

 




이곳도 해송 숲이 해변 뒷편으로 펼쳐졌다. 피서철이 아님에도 군데군데 텐트를 친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서해에서

보기 드문 깨끗한 백사장이다. 해안가에서는 바지락과 소라 등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남동쪽으로 트인 유일한 덕적도의 해변

이다. 덕분에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일출은 덕적도의 큰 자랑으로 통한다.

 

숙박집 주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지목된 ‘능동자갈마당’으로 갈 차례다. 덕적도의 최북단에 위치한 곳으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해변이라는 것이 주인장의 추천이유다. 소재해변을 지나 약 능동자갈마당까지 1km 남짓 남았을 때까지만 해도 약간 구름이 낀

 일반적 날씨였다. 하지만 나머지 1km 구간은 영화에서 CG로 연출된 안개보다 더 비현실적인 짙은 안개가 껴 있었다.




능동자갈마당, 여기도 안개가 말썽이다
 
 
능동자갈마당 왼편의 절벽
기암괴석 중 기암이다



자갈마당 뒷편으로 화장실, 주차장, 정자 등 편의시설이 깔끔하게 마련됐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가자 어두운색의 자갈

들이 펼쳐졌다. 고운 자갈들이 대부분이지만, 떨어뜨리면 부서지는 돌, 공기구멍이 송송 뚫린 화산암 등 기암자갈들도 보인다.

 바로 앞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바다의 형상은 안개에 막혔다. 왼편으로 잘린 듯 가파른 절벽으로 향했다. 괴석 중 괴

석이다. 형용할 수 없는 모습으로 일정 범위에 내에만 형성된 기암층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태고의 모습, 천혜의 자연이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ahn856@gmail.com)  



Tip


덕적도 가는 방법

▶ 자가용 (인천연안여객터미널까지)

* 충청권, 경상권

경부고속도로 → 신갈JC → 영동고속도로진입 → 군자TG → 서창JC → 제2경인고속도로진입 → 고속도로종점(직진) →

 (구)백주년기념탑(직진) → 해양경찰청사거리(좌회전) → 인천연안여객터미널 → 덕적도행 여객선

 

* 호남권

서해안고속도로 → 안산JC→영동고속도로진입 → 군자TG → 서창JC → 제2경인고속도로진입 → 고속도로종점(직진) →

 (구)백주년기념탑(직진)→해양경찰청사거리(좌회전) → 인천연안여객터미널 → 덕적도행 여객선

 

* 수도권

1) 경인고속도로 → 고속도로종점(좌회전)→(구)백주년기념탑(직진) → 해양경찰청사거리(좌회전) → 인천연안여객터미널

 → 덕적도행 여객선

 

▶ 배편 운항

인천 연안부두 - 덕적도 (1일 3~4회 쾌속선 50분 소요. 승용차 선적불가)

대부 방아머리 - 덕적도 (1일 2회 철부선 1시간 30분 소요. 승용차 선적 가능)

 

▶ 덕적도 내 교통

민박집 소유차량 수시 운행

배 운항시각에 맞춰 마을버스 운행

 

 

 

덕적도 내 관광지
 


 서포마을


서포리해변

밧지름해변

출처 : 바람에 띄운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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