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을 바라보며/송영미(낭송:이혜선)
저 먼 수평선에 마음 하나를
띄워 놓고 바라봅니다
내 안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려 보려고 애를 써 보지만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너울거리는 빈 휴지조각 같은
상처만이 휘청이는 바지랑대에
간신히 걸려 애를 쓰고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라고는
남겨진 것이 없습니다
어느날 문득 걸려온 힘없는 목소리에
짐짓 아무렇치도 않다는듯
무심한 음성을 전하였지만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꾹꾹 눌러 왔던 감정들은
이내 살아 꿈틀거리며
나를 슬프게 하고 맙니다
그렇게도 미워했건만
그렇게도 원망했건만
아직도 마음은 보이지 않는
연줄에 붙들려 있었나 봅니다
파도가 잔잔하면 잔잔함에
나를 추스리지 못해 흔들리고
격정에 휩싸여 거친 물살이라도
일렁이면 어김없이 허우적거림을 반복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수평선에
망연한 눈길을 내보여 봅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치도 않다는듯
고요하기만한 저 바다가 안으로는
심한 부대낌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삭히고 삭혀서 푸른빛을 발하고
제 한몸을 내쳐서 하얀 파도의 포말을
만들어 산산히 부서져 버리는 순간
절절히 내쳐 버리는 고통이란
그 무엇에도 비유를 할 수가 없습니다
수평선에 띄워 놓은 마음일랑은
이제 더 아프지 않고 더 고통스럽지 않고
더 괴로워하는 일이 없이 그저 그저
물결따라 세월따라 흘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망연히 바라 보는 눈가에선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