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머물고 싶은 곳

[스크랩] 새들부터 곤충들까지 절경에 반한 걸까~ 전북 군산 어청도

산술 2017. 6. 20. 17:23

[오마이뉴스민병완 기자]

▲ 어청도 팔각정에서 작은 봉우리를 넘어 가서 만나는 어청도 풍경
ⓒ 나기옥
어청도(於靑島)에 서면 망망대해란 말이 실감 난다. 북쪽의 외연군도에 속한 몇 개의 섬을 빼면 동·남·서쪽에서는 수평선만 눈에 들어오니 말이다. 그래서 어청도는 외로움이 가슴을 저리게 하면 찾아야 하는 섬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떠 있는 섬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저잣거리에서의 외로움은 배부른 투정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지도를 놓고 보면 이 말이 더 실감이 나리라.

아득히 멀리 있어도 풍광은 참으로 빼어나다. 멀어서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탓인지 물도 맑다. 동해나 남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탁한 서해임에도 웬만한 동해 인근 바다 저리 가라할 정도로 깨끗하다.

이리 말하면 어청도가 얼마나 머냐고 할 분이 계시리라. 전북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이 섬은 군산에서 서쪽으로 72km 정도 떨어져 있다. 여객선으로 약 2시간 40여 분을 가야 한다. 면적은 1.80㎢이고, 해안선 길이는 10.8㎞이다. 섬은 대체적으로 'U' 형태로 돼 있고 남쪽으로 너비 0.5㎞, 길이 1㎞인 만이 있어 어항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조).

▲ 어청도 5월의 아침 여명
ⓒ 나기옥
이 섬은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철새 도래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2003년 탐조(探鳥) 활동이 시작된 이래 330여 종의 새가 관찰됐고, 실제로 철새 이동 시기에는 많은 탐조가들이 섬을 찾는다. 이 섬에 조류탐방방문자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늘 문이 열려 있지 않은 게 아쉬움이긴 하지만.

그런데 어청도의 철새 도래가 최근 2~3년 동안 눈에 띄게 줄었다. 원인은 섬을 뒤덮던 소나무들이 재선충의 공격으로 전멸하다시피 해서다. 나무에 의지해 살던 송충이 등 벌레들이 사라지자 먹잇감을 잃은 철새들도 발길을 끊은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공생과 적대 관계를 통해 상호 공존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사례다.

비록 어디를 봐도 죽은 소나무가 눈에 띄지만 그래도 풍광은 정말로 탁월하다. 소나무들이 멋진 자태를 뽐낼 때였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꿈꾼 무릉도원이 현현(顯現)한 세상이었으라.

사람만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아닌가 보다. 5월의 산책길에서는 병꽃, 양지꽃, 장구채꽃, 찔레꽃, 영산홍, 이팝나무꽃, 제비꽃, 씀바귀꽃 등을 만났다. 그뿐이랴. 모기에, 파리에, 나비에, 개미에, 벌에 온갖 곤충을 다 만났다. 그들도 어청도의 절경에 취해 모인 게 아니었을까?

▲ 어청도 1912년에 만들어진 어청도 등대
ⓒ 나기옥
어청도에는 중국 제나라 사람이었던 전횡을 위한 '치동묘(淄東廟)'라는 사당도 있는데, 군산시 향토문화유산 제14호로 지정돼 있다. 여기에 얽힌 전설 한 토막. 오래 전, 중국 땅 한나라가 초나라를 제압하고 천하를 통일하자 한 나라를 지지한 제 나라의 전횡은 자신을 따르는 군사 500여 명과 함께 탈출해 3개월여 동안 바다를 떠돌다 안개 속에서 푸른 섬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어청도다. 어청도의 이름은 이런 내력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전횡은 이후 한고조 사신이 찾아와 항복을 강요하자 군사들과 주민의 안전을 위해 중국 낙양으로 건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청도 사람들은 그때부터 전횡을 추모하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건 어청도 인근의 외연도에도 이와 똑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어청도에서는 전횡에게 제사를 올리지 않지만 외연도에서는 매년 정월에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에다 전설까지 깃든 멋진 어청도를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마을에서 1.7㎞ 정도 떨어진, 등대 가는 고개에 세워진 팔각정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게 좋겠다. 팔각정은 섬의 명소를 둘러보는 푯대 구실을 하는데 각 명소의 거리도 팔각정을 중심으로 표시돼 있다.

▲ 어청도 목넘쉼터 부근에서 본 풍경
ⓒ 나기옥
우선 꼽을 곳이 팔각정에서부터 목넘쉼터(1.2㎞) → 샘넘쉼터(1.7㎞) → 돗대쉼터(2.7㎞) → 둘레길 종점(2.9㎞) 구간이다. 목넘쉼터 가는 길에 작은 봉우리를 만나는데 산책길 주변에 행정기관에서 심었을 게 분명한 영산홍 군락이 있다.

계절 탓으로 화려한 색잔치를 놓친 건 아쉬움이지만, 봉우리를 넘어서며 보는 전망은 참으로 멋지다. 길게 뻗은 반도 왼쪽으로는 외연도를 비롯한 몇 개의 섬이 보이고, 오른쪽은 만(灣)으로 바다와 섬과 능선과 마을이 어우러진 장관을 연출한다. 이 길 내내 멋지다. 정말 좋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적당하게 생각나지 않을 만큼이다. 봉우리를 내려가다 보면 반도의 모습이 한반도 중부 이북의 지형을 빼닮은 모습으로 보이는 걸 만나는 것도 재미다.

팔각정 맞은 편 능선은 청각금(0.4㎞) → 당산쉼터(0.7㎞) → 밀밭금 쉼터(1.7㎞) → 쉼목여종점(2.1㎞)으로 이어지는데, 민박집 주인이 당산쉼터까지만 다녀오길 권했다. 거길 지나면 길이 숲으로 덮혀 가기도 쉽지 않고, 전망도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당산(198m)은 어청도의 주봉인데 정상에는 봉수대(烽燧臺)도 있다. 이 봉수대는 5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다 1677년 폐지된 걸 복원한 것이다.

▲ 어청도 병충해로 말라죽은 소나무들
ⓒ 나기옥
어청도에서 꼭 봐야 할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등대다. 팔각정에서 700m 거리에 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도 잘 정비해 놓았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 건립되어 90리 밖까지 비추며 선박 길잡이 역할을 한다.

이 등대는 전국 아름다운 등대 16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명성이 높다. 인근의 구유정과 어울려 더 멋지다. 2008년 7월 1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378호로 지정되어 등대 이름에 또 하나의 훈장을 달았다.

능선길을 걷기 어려운 사람들은 선착장에서 샘넘쉼터 아래까지 놓인 데크로드만을 걸어도 어청도의 진면목을 반은 느낄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쉼터라고 이름이 붙은 곳에는 정자를 세워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출처 : 정겨운 우리세상
글쓴이 : 세 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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