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낭송 詩

[스크랩] 이 아침/ 이정하 낭송/고은향

산술 2013. 6. 5. 16:46
      이 아침/ 이정하 낭송/고은향 커피 물을 끓이는 시간만이라도 당신에게 놓여 있고 싶었습니다만 어김없이 난 또 수화기를 들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요 며칠, 그대가 왜 아무 말도 없이 떠나갔는지 그 이유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당신을 너무 사랑한 것이 아닐까요. 잠시라도 가만히 못 있고 수화기를 드는, 커피 물을 끓이는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는 내 그런 열중이 당신을 너무 버겁게 한 건 아닐까요. 너무 물을 많이 줘서 외려 말라 죽게 한 베란다의 화초처럼, 그런 순간에 커피 물은 다 끓어 넘치고 어느덧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주전자를 보며 어쩌면 그런 집착이 내 마음을 태우고 또 당신마저 다 타버리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은 새로 끓이면 되지만 내 가슴을 끓게 만들 사람은 당신 말고는 다시 없을 거란 생각에 당신이 또 보고 싶어졌습니다. 내 입에 쓰게 고여오는 당신, 나랑 커피 한 잔 안 하실래요?
    출처 : 그대가 머문자리
    글쓴이 : 성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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