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요기/기타

[스크랩] 그 마음이 어디있을까요?

산술 2012. 8. 21. 17:30

 

 

        옛날 중국에 재상의 위치에까지 오른 배휴라는 불심깊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배휴는 한 사찰을 방문하게 되었는 데,그 곳 한 불당에 그려져 있는 역

      대 조사스님들의 초상을 보고 배석한 스님께 물어봅니다.

      "이 스님네들은 지금 다 어디 계시지요?"

      배석한 스님은 쩔쩔매며 어찌 말을 해야할 지 곤궁에 쳐했답니다.

      그러자 배휴는 "이 절에 혹시 선수행하시는 스님이 있으신지요?" 하자

      "절에 묵으면서 그저 나무하고 밥짓는 불목하니 한 분이 계십니다" 라고 했답니다.

      "그 스님좀 뵙고 싶습니다" 라고 배휴가 청하여 마침내 그 불목하니를 모셔오니

       배휴는 같은 질문을 해댔습니다.당연히 꼼짝못하고 절절매리라 생각하며 말이지요.

       그러자 불목하니(절에서 가장 미천한 신분임)는 "이보게 배상공!" 하자 배휴는

       얼떨결에 "네"하고 말았습니다.스님께서는 대뜸 "자네 지금 어디있나?" 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묻자... 배휴는 그 소리에 나름 깨치는 바가 있었다 합니다.

          이 배휴가 훗날 재상이 되어 중국에 거세게 몰아닥친 불교탄압이라는 미증유의

       법난을 헤쳐나가는 게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어니와 평생토록 그 스님을 공경하고

       모시며 일반인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큰 깨달음의 경지에 올랐다 합니다.

          당시 그 불목하니가 바로 황벽스님이십니다.

       이 황벽스님의 법문 가운데 '한 마음 법'이 유명한데 이는 이해심이 부족한 대중들을

       위하여 할 수 없이 언설로 풀이한 것으로 실제로 중요한 것은 '한 마음 법'이라는 말

       그대로 여기저기 잡다함 가운데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여여한 경지를 일컫는 말이

       지요.우리 님들~! 몇가지 불편한 일로 인해 다소 울 삶방의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이럴 때일 수록 "아무개야! 자네 지금 어디있나?" 하는 황벽스님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한 마음 법'을 단박에 깨쳐 여여할 수 있지 않나 합니다.

 

      *이번에는 다소 난해하기 짝이 없는 노자의 도덕경 제 26가름을 도올 김용옥님이 번역

       한 것과 대조하여 제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나름 깨침이 있으시기를요~

 

          重 爲 輕 根.

                중     위     경     근

                 도올역: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내생각: 진중한 처신은 경시(가볍게 행동)하는 사람이 본받아야 할 모범이며

        靜 爲 躁 君.

                 정     위     조     군

                 도올역: 안정한 것은 조급한 것의 머리가 된다.

                 내생각: 고요함은 들뜬 마음으로 조급해하는 사람이 본받아야 할 군왕과도 같은 존재이다.

        是 以 聖 人 終 日 行, 不 離 輜 重.

                 시     이     성     인    종     일     행,      불    리    치    중.

                 도올역: 그러하므로 성인은 종일 걸어다녀도 무거운 짐을 내려놓지 않고

                 내생각: 그러므로 성인은 종일토록 행함에 있어 이 진중함과 고요함을 벗어나지 아니한다.

                             *輜重(치중)이란 나그네의 짐,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및 역량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위의 뜻

                             그대로 고요함을 나타내는 輜(치)와 진중함을 뜻하는 重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성인은 종일토록 행함에 있어 자신의 역량을 벗어나지 않는다'해도 괜찮다.

        雖 有 榮 觀, 燕 處 超 然.

                 수     유     영     관,     연     처     초     연.

                 도올역: 비록 영화로운 모습속에 살더라도 한가로이 처하며 마음을 두지 않는다.

                 내생각: 비록 화려한 볼거리가 있을지라도 초연하게 처신하여야 도리이거늘

        奈 何 萬 乘 之 主, 而 以 身 輕 天 下.

                 내     하     만     승     지     주,     이     이     신    경    천    하.

                 도올역: 어찌 일만 수레의 주인으로서 하늘아래 그 몸을 가벼이 굴릴 수 있으리오?

                 내생각:어찌 만승천자가 되는 몸으로 천하를 가벼이 여길 수 있는가?(경시할 수 있겠는가)

        輕 則 失 根. 躁 則 失 君.

                 경     즉     실     근,     조     즉     실     군.

                 도올역: 가벼이 하면 그 뿌리를 잃고, 조급히 하면 그 머리를 잃는다.

                 내생각: 경시하면 근본을 잃고, 조급히 굴면 군왕의 자리 마저 읺게 되는 것이다.

 

 

           * 凡物, 輕不能載重, 小不能使行, 不動者制動.

                 범    물,    경    불   능  재  중,      소   불  능   사    행,     부   동    자  제   동.

                 *대저 사물의 일반상식이란, 가벼운 것이 무거운 것을 실어나를 수 없고,작은 것이 큰 것을

                 큰 것을 진압할 수 없다. 걸어가지 아니하는 자가 걸어가는 자를 부릴 수 있고,움직이지

                 아니하는 자가 움직이는 자를 제어할 수 있다.

 

        是以重必爲輕根, 靜必爲躁君也.

                 시   이   중   필   위   경   근,    정   필   위   조   군   야.

                 *그러하므로 무거운 것은 반드시 가벼운 것의 뿌리가 되고,

                 고요한 것은 조급한 것의 머리가 되는 것이다.

 

                 도덕경의 천재적 식견을 가졌다는 왕필은 처음 두 구절에 대해 이렇게 말을 하였는데 도올 역시

                이 말에 크게 공감하여 이를 토대로 주석을 단 것이다. 허지만 '노자'정도 되는 사람이 기껏 무게가

                가벼우니 무겁다느니 또 안정한 것 조급한 것 따위를 언급할 분이 아니다. 그저 글자풀이를 하자니

                이렇게 엉뚱하게 되는 것이니,그저 무게있는 행동과 가벼운 짓거리 또 靜(정)이란 고요하게 때문에

                안정된 것이고 따라서 고요함과 조급함을 대비시키면 그대로 통해버리는 것이다.

출처 : 그대가 머문자리
글쓴이 : 노행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