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별과 詩가 있는 마을

[스크랩] 쉽게 쓰여진 詩-(윤.동.주)

산술 2012. 5. 2. 15:25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출처 : 시나브로
글쓴이 : Simon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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