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에서 강동경찰서 강력반 형사 강철중이 대중목욕탕에서 전라도 건달과 마주친다. 그리고 대사를 던진다. “형이 돈 없다 그래서 패고, 말 안 듣는다 그래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 나빠 그래서 패고. 그렇게 형한테 맞은 애들이 사열종대 앉아 번호로 연병장 두 바퀴야….” 그러고는 그 건달을 또 팬다. 강철중은 전형적으로 반인권적이고 ‘감’에만 의존하는 수사 관행을 가진 무식한 경찰로 그려진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는 캐릭터가 단점들을 가릴 뿐이다.
7년의 세월이 지난 요즘 경찰과 검찰이 하고 있는 일들을 보자. 아무나 걸리는 대로 패는 강철중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오역으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문화방송 〈PD수첩〉 PD들을 붙잡아간 뒤 기소하고, 작가의 전자우편을 마음대로 들여다본 뒤 이를 공개까지 한다.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으로 회사 업무를 방해했다며 YTN 노조위원장 등을 구속하기도 했다.
‘민초서생’들이라고 막가파식 수사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되레 검경의 손쉬운 먹잇감이 된 지 오래다. 지난 5월30일엔 서울시청 앞 광장 앞에서 열린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 72명을 한꺼번에 붙잡아가더니 6월24일엔 덕수궁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주최 토론에서도 31명을 끌고 갔다. 집을 압수수색당한 촛불들의 한숨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찰은 또 지난해 촛불집회 때 유모차를 끌고 촛불집회에 나와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7월5일 촛불유모차 카페 회원 40여명에게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보내기도 했다. 누군가 고발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붙었다. 대개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와 교통방해죄 조항 등이 적용됐다.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온 나라에서 연일 누군가는 경찰서나 검찰청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거나 연행되거나 체포되거나 구속되거나 기소당하는 세상이다. 오늘 하루 안 걸렸다고 안심하지 말라. 내일 누군가 당신을 고발할 수도 있고, 검경의 수사망에 느닷없이 당신이 걸려들지도 모른다. 경찰서 문턱 한 번 밟아본 적 없는 민주시민, 오금 저릴 일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2MB 시대 수사받는 법’. 지난 2006년 금태섭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도 포기해야 했던 ‘수사 제대로 받는 법’ 시리즈가 지금 절실해서다. 민주시민으로서, 몰라서 당하고 알고도 눈물짓는 일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을 뛰고 있는 인권변호사는 물론 수사 분야에 내공이 깊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과 현직 경찰관, 인권활동가들의 실전 감각 넘치는 비책을 전수받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조만간 발간할 예정인 단행본 <민변 변호사들의 촛불 권리 길잡이- 쫄지 마! 형사절차>(가제)도 미리 입수해 공력을 보탰다.
당신이라도 무분별하게 날아오는 검경의 칼날 피하고, 눈앞에 달려드는 체포·압수·구속영장을 한칼에 베어내면서 부디 이 험악한 시대, 생존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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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물론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전에 할 일이 있다. 형사나 검찰 수사관의 전화를 받으니 가슴이 달달 떨릴 거다. 그렇다고 절대 쫄지 마라. 침착하게 대응하고 상세하게 물어라. 우선 종이와 연필을 준비한 뒤 상대방의 소속과 계급, 이름을 물어보고 적어라. 그 다음 당신을 어떤 이유로 소환하는지 꼭 물어라. 고소 사건이라면 고소인은 누군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고소했는지 등을 가능한 한 자세히 물어야 한다. 나중에 수사기관에 출석해도 상대방의 고소장은 수사기관이 절대 안 보여준다. 아무런 정보 없이 수사기관에 출석했다가는, 당신이 당한다.
출석하는 당신의 신분이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꼭 묻길 바란다. 참고인으로 나갔다가 피의자로 둔갑되는 수도 왕왕 있으나, 일단 참고인이면 한숨 놓아도 된다. 하지만 피의자라면 상황이 다르다. 수사기관이 당신에게 죄가 있다고 보고, 여차하면 구속하거나 재판정에 세울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더 철저히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는 거다. 변호사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상의하라.
실전TIP: 출석 날짜는 형사나 검찰 수사관과 협의하라. 생계 문제 혹은 병원 입원 등 다른 급한 일이 있으면 충분히 설명하고 다른 날짜를 잡아라. 집시법 위반 등으로 소환당한 촛불시민연석회의 전 공동대표 한아무개씨. 애초 5월28일 나오라는 걸 미뤄서 6월9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다. 무조건 못 나간다고 하면 잡혀가지만, 납득할 만한 사정을 제시하고 몇 월 며칠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된다.
Q: 별로 내키지 않는데, 안나가면 잡으러 올까?
A: 말로 나오라고 통보하는 이런 형태의 수사, 어려운 말로 ‘임의 수사’라고 한다. 강제로 잡아가는 수사는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출석 안 해도 되냐고? 며칠 못 가 판사가 발부한 유효기간 7일짜리 ‘체포영장’ 들고 형사가 당신을 잡으러 다닐 확률 90%다. 나중에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면, 영장실질심사 때 판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놈, 구속 안 시키면 도망다니고 재판에도 안 나오겠군….” 언제가 됐든 출석은 하라는 얘기다. 세간에 ‘수사기관이 세 번째 소환할 때까지는 거부해도 된다’거나 ‘출석요구서를 서면으로 보낼 때까지 안 나가도 된다’는 소문도 있다. 믿지 마라, 무책임한 낭설이다. 최소 요구 횟수 제한 없다. 전화 통화도 출석 요구에 해당한다.
Q: 조금 전 체포당했다. 어떡하면 좋을까?
A: 역시 침착함을 잃으면 안 된다. 우선 경찰이 당신에게 ‘현행범 체포’나 ‘긴급체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체포당할 때 영장을 보여달라고 하라.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에게 그런 의무, 있다. 동공에 복사라도 하듯, 그 내용을 꼼꼼히 새겨넣어라. 당신에게 적용된 혐의나 영장의 유효기간 등을 따져 적법한 영장인지 판단해야 한다. 체포영장은 대개 7일짜리니, 유통기한이 지난 영장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문제 있는 영장이라면 당신, 체포에 저항해도 된다. 이땐 경찰관을 조금 때려도 공무집행방해로 추가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단, 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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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TIP: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체포적부심사 청구제도를 이용해볼 수 있다. 당사자는 하기 쉽지 않으니, 가족이나 함께 사는 사람 혹은 당신의 고용주에게 부탁하라. 이들 모두 당신의 체포적부심사를 청구할 자격이 있다. 변호인은 말할 필요도 없다. 수사기관의 체포가 법률적 요건을 어긴 게 밝혀지면, 당신 석방될 수 있다. 체포적부심 청구를 받은 법원은 지체 없이 심문기일을 정하고 심문 뒤 24시간 안에 석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 법원이 심문을 위해 수사기관으로부터 관련 서류와 증거물을 넘겨받은 때부터 이를 반환할 때까지의 기간은 체포 기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Q: 경찰서에 도착했다. 형사가 조금 뒤 조사 시작하자고 한다. 너무 떨린다.
A: 체포에는 3가지 종류가 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경우 △범행 현장에서 범죄자를 체포하는 현행범 체포 △3년 이상의 형이 예상되는 중범죄자를 체포하는 긴급체포가 그것이다. 일단 체포를 하면 48시간 내에 조사를 마치고 풀어주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체포서’라는 내부 서류도 만든다. 체포당한 상황에서 이런 거 떼어볼 정신줄, 웬만하면 없다고 본다. 변호사나 가족, 친지 아니면 회사 사장에게라도 빨리 연락을 해라.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와서 영장이나 체포서를 복사해 적법 여부를 반드시 따져보도록 할 것.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의 얘기인즉 이렇다. “일단 걸리면 어디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쪽팔리더라도 그래야 한다. 변호사든, 인권단체든, 지인이든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준형 변호사는 “체포 첫날은 본인이 오버하기 쉬우니 그냥 묵비권을 행사하고 유치장에서 하루 자며 마음을 가다듬고 이튿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조사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 경찰이든 검사든 누군가를 체포하면 24시간 안에 피의자의 변호인이나 피의자가 고른 사람에게 피의 사건명, 체포 일시와 장소, 피의 사실의 요지 등을 알려줘야 한다. 이거 안 하면, 위법한 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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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체포 기간 중 경찰은 당신이 소지한 물건 이것저것을 보자고 한다. 특히 휴대전화 통화 내역이나 문자메시지 주고받은 것 따위를 보자고 한다. 당신이 거기에 협조할 의무, 전혀 없다. 조금이라도 켕기면, “영장 들고 오라”고 맞받아쳐라. 순순히 내주면 경찰은 그 물건을 일시적으로 압수할 수도 있다. 뒤늦게 후회하지 마라. 지난 5월30일 범국민대회 때 현행범으로 체포된 정아무개(27)씨는 경찰이 “당신이 현장에 언제 왔는지 확인하게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해서 휴대전화를 그냥 건네줬다. 나중에 석방될 때 “안 보여줘도 되는데…”라는 다른 연행자들 얘기 듣고 뒤늦게 땅을 쳤다는 후문이 전해온다.
Q: 경찰관이 나를 컴퓨터 앞에 앉혀놓고 이것저것 물어보며 쓰기 시작했다. 이거 뭔가?
A: 자, 당신 긴장해야 할 순간이다. 이른바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이라는 거다. 우선 금태섭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 <한겨레> 기고에서 밝힌 “변호사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조언을 기억하라. 왜냐? 이 게임 자체가 정보 보유 측면에서 아주 불공정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형사는 당신이 범죄자라는 걸 밝히기 위한 많은 준비가 돼 있는 반면에, 당신은 형사가 나에 대해 뭘 아는지, 무슨 정보를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게임이라고 생각하라. “내 사건은 내가 잘 안다”고 자신하지 마라. 피의자 중 열에 아홉, 수사관들의 회유와 설득에 넘어가기 십상이다. 천하의 현직 검사도 피고인석에 앉으면, 머릿속이 하얗다(30쪽 기사 참조). 병 나면 의사 찾듯, 이럴 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라.
나중에 구속영장 발부의 빌미가 될지도 모르니, 일단 ‘민증 까는’ 신원확인 절차에는 협조해준 뒤 변호사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변호사가 소환 전 상담 한 번 해주고 조서 작성 때 서너 시간 참석해주는 조건으로 대략 50만∼100만원을 받는다. 돈 아끼지 마라. 여차하면 나중에 수갑 차고 후회하는 수 있다. ‘미드의 본좌’라는 〈CSI〉 봐라. 자기 혐의 드러날라치면 용의자들이 내뱉는 대사 “나한테 변호사가 필요할까요?” 혹은 “내 변호사랑 얘기하세요”.
Q: 변호사 불러봐야 돈만 많이 들 것 같은데, 혼자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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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변호사 없이 조서를 받아야 한다면 두 가지를 명심하라. 첫째, 절대 형사나 수사관을 신뢰하지 마라. “조사에 협조해야 당신의 무죄를 빨리 밝힌다”거나, “얘기를 안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그들의 말, 전부 공갈 아니면 구라다. 그들의 임무는 당신의 ‘유죄’를 밝히는 것이다. 둘째, 진술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 당신이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해야 할 의무, 헌법에도 형사소송법에도 없다. 잘 모르거나 내게 불리하겠다 싶은 부분에서는 무조건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라. 계속 강요하거나 협박하면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을 읊어주라. 촛불시민연석회의 전 공동대표 한아무개씨도 지난 6월 경찰 조서 작성 때 자신의 혐의와 직접 상관없는 사실 확인, 그러니까 지난해 촛불 때와 관련한 질문 등에는 진술하지 않겠다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죄가 늘어나는 일을 잘 막았다.
현직 경찰관은 진술 거부권을 영리하게 쓰라고 충고한다. 당신의 혐의와 직접 상관없는 지나간 일들, 사적인 관계, 동료의 혐의사실 등을 물을 때는 묵비권을 행사해도 좋지만, 수사기관이 이미 당신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의 경감급 간부는 “담당 경찰은 해당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갖고 있으면서도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는 경우 증거를 들이밀지 않는 게 일종의 수사 기법”이라며 “이런 경우 진술거부권의 적극적 행사가 나중에 증거 인멸 의도 등으로 해석돼 구속이라는 불이익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전TIP: 이 단계에서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구하기 어렵지만 꼭 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싶은 경우, 길이 있다. 우선 각 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는 당직변호사제도를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평일 긴급한 때 접견 및 상담을 요청하면 경찰서로 직접 달려오는 일반당직제도를 비롯해 경찰서 유치장을 찾아가 상담해주는 순회당직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쪽이 여의치 않다 싶으면 민변(02-522-7284)에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도 기다리고 있다.
각 지방변호사회 연락처: 서울 02-3476-8080, 인천 032-861-2172, 수원 031-216-0646, 충북 043-284-9683, 대전 042-472-3398, 대구 053-741-6338, 부산 051-508-8504, 경남 055-266-0606, 광주 062-222-0430.
Q: 형사가 빨리 자백하면 집에 빨리 갈 수 있다고 꼬신다. 대충 잘못했다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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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국 변호사는 “경찰관이나 검찰 수사관은 ‘인정하면 금방 끝나고, 부인하면 오래간다’며 혐의 사실을 인정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 인정해버리면 사실과 달리 (사법적으로) 평가가 된다”며 “대충 맞다고 넘기면 절대 안 된다”고 충고했다.
Q: 피의자 신문조서에 날인과 간인을 하란다. 일일이 읽어보기도 그렇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그냥 찍어주면 되나?
A: 아까도 얘기했듯, 수사기관에서 서명을 하거나 지장 찍는 거 절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백 번 생각하고 한 번 행동하라. 아직 조서 중심의 재판에서 공판 중심의 재판으로 이행 과정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조서는 재판 과정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생각 이상으로 판사에게 당신의 유죄를 확신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선 형사가 출력해 준 조서를 글자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라. 내가 한 말과 똑같은지, 사실과 부합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라. 조서는 기본적으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적는 게 아니라, 수사관이 나름대로 정리해서 적어놓는 형식이기 때문에 늘 내 생각과 조금씩 다르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꼭, 꼭, 꼭.
그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날인이나 서명을 거부하라. 날인과 간인(혹은 도장이나 서명)이 없는 조서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금태섭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자신들이 조서를 공정하게 쓴다고 하지만, 반대로 변호인이 (피의자의 말을) 대신 받아치고 사인해서 증거로 낸다고 하면 검찰이 받아들일 것 같으냐”며 웬만하면 조서에 서명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단, 형사나 검사에게 찍혀 이후 일정이 다소 피곤해질 수 있다는 건 단점이다. 어쨌건, 대원칙은 ‘범죄의 증명 의무는 피의자가 아니라 수사기관에 있다’는 걸 명심하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 필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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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TIP: 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와 검사가 작성한 조서는 나중에 법정에서 인정받는 효력이 다르다. 경찰관이 작성한 조서는 법정에서 “그런 말 한 적 없다”거나 “취지가 왜곡됐다”고 하면 쉽게 부인된다. 하지만 검사 앞에서 작성한 조서는 그렇지 않다. 날인과 간인이 된 검사 작성 조서는 그런 주장을 펼치더라도 웬만하면 판사가 인정해주지 않는다. 경찰에서 조사 다 받고 나서 검찰 가면 새로 조서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찰 조사보다, 검사 조사에 임할 때 더욱 긴장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검사가 피의자 신문조서를 직접 작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상 검찰청에 소속된 수사관(그들도 사법경찰관이다)이 조서 다 받아놓고는 마지막에 검사가 질문 한두 개 한 뒤 마치 자기가 다 조사한 것처럼 서명을 받는 게 관행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대검 중수부 과장님들께서 직접 신문조서를 받는 일, 우리 같은 서민들로서는 평생 가야 겪을 일 없다. 검사 작성 조서에 잘못된 부분이 나중에 발견되면, 판사한테 “저 부분 조서는 검사가 아니라 수사관이 받은 것”이라고 솔직히 말함으로써 조서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아라.
Q: 검사나 경찰관이 수사 도중 모욕적인 말을 하는가 하면 서류철로 머리를 툭툭 친다. 인격이 무너지는 것 같아, 정말 참을 수가 없다. 어떡해야 하나?
A: 검사나 검찰 수사관이 직접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모욕적인 말을 하거나 각종 회유와 협박을 하는 일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의자가 해당 검사나 수사관을 교체해달라고 요구할 수단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인권 후진국이다.
우선 수사관에게 “이런 모욕적인 상황에서는 더 이상 수사를 받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을 하라. 동시에 조서에 그 말을 꼭 써넣으라고 요구하라. 그래도 배짱 부리는 수사관에게는 “영상녹화실에서 조사받게 해달라”라고 요구를 하라. 만약 당신이 체포나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받는 상황 아니면, 그냥 자리 박차고 일어나 집에 가버려도 된다. 그리고 그런 구시대적인 수사관은 나중에 모욕죄나 직권남용죄로 고소하라. 몸을 건드렸다면 폭행죄도 추가해라.
반면, 경찰 조사 때는 대처하기가 다소 수월하다. 경찰서마다 설치된 청문감사관실을 활용할 수 있다. 당신을 조사하는 경찰관에게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청문감사관을 만나게 해달라”라고 말하라. 폭언·폭행이 있는 경우, 담당 경찰관을 교체하고 감찰에 들어갈 것이다. 반말 짓거리를 하거나 거듭된 진술 강요 등이 있는 경우, 참지 마라. 화병 된다. 당신이 체포되는 등 강제 수사를 받는 상황이 아니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당신 발로 직접 청문감사관실을 찾아가 얘기해도 된다. 또, 경찰서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낼 수 있는 진정서 양식이 구비돼 있으니,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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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나보고 조사를 더 해야 한다고 유치장에 들어가 있으란다.
A: 내 집이거니 생각하고 푹 쉬길 바란다. 베개는 물론 모포와 화장지, 칫솔, 치약, 비누와 같은 최소한의 품위 유지 용품은 지급되니, 없으면 달라고 한다. ‘매직’에 걸린 여성들은 해당 물품도 받을 수 있다. 유치장에 들어갈 때는 옷 입은 상태에서 경찰이 간단하게 몸 이곳저곳을 두들긴다. 안마해주는 거, 물론 아니다. 흉기나 뭐 이런 거 갖고 있는지 검사하는 거다. 그런 거 주머니에 있으면 먼저 꺼내서 줘라. 여성의 경우엔 여성 경찰관이 검사하도록 돼 있다. 남성 경찰관이 와서 검사하려고 하면, 당연히 극렬히 저항하길 바란다. 합리적 이유 없이 알몸 검사를 하자고 할 때도 물론 적극적으로 반항하라.
Q: 으악, 형사가 나를 구속 수사하겠다며 오늘 구속영장을 신청한단다. 큰일났다.
A: 수사를 받으며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장주의’다.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없는 한, 국민의 신체 혹은 재산을 함부로 가두거나 뒤질 수 없다. 신체 구속영장의 경우도 판사가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단 유념하자. 예전엔 검사가 제출한 서류만 보고 구속 여부를 판단했지만, 요즘엔 판사 앞에 피의자가 직접 나가 실질심사를 한다. 그러니 영장 실질심사 때 판사에게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죄가 명백하면 일단 인정하되, 당신이 절대 도망가거나 증거를 없앨 생각도 없고 그럴 상황도 아니라는 점을 잘 설명하라.
Q: 배운 것 없고 가난한 내가 어찌 판사한테 조리있게 설명하란 말이냐?
A: 그렇다. 어느 때보다 당신에게 변호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 돈 없는 것 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선변호인을 써먹을 시점이다. 당신이 판사 앞에 서야 하는 때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체포적부심 때부터 가능하다는 얘긴데, 체포적부심 자체가 잘 활용되지는 않고 있으니 구속영장 단계가 사실상 최초의 국선변호인 활용 시점인 셈이다. 각 법원마다 국선변호인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국선변호인은 피의자가 이미 구속됐거나 미성년이거나 70살 이상인 경우, 심한 장애가 있는 경우, 사형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경우 법원이 자동 선임해준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도 빈곤 등의 이유로 국선변호인 신청서를 내면, 재판부는 받아들여주는 게 보통이다.
사실 과거 일반 변호사들에게 사건당 얼마씩(현행 30만원)의 수임료를 주고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하던 때에는 불성실한 변론 등으로 인해 국선변호인에 대한 피고인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일부 변호사가 법원으로부터 월급(세전 800만원)을 받고 국선 사건만 전담하는 제도가 시행된 뒤로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요즘 항소심에서는 비싼 변호사를 써도 효과를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국선변호인이 좋은 결과를 끌어내 (피고인들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전팁: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전 부모 형제나 지인을 시켜 법원에서 영장청구서를 복사해오도록 한다. 그 안에 당신의 범죄 사실과 구속해야 할 사유 등이 다 적혀 있다. 그걸 보고 당신을 구속해서는 안 되는 사유에 관한 참고자료를 준비하라. 내가 구속되면 내 가족이 굶는다거나, 늙은 노모를 돌볼 사람이 없다거나 하는 등의 사유도 판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래도 구속됐다면, 법원에 다시 한번 구속을 풀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른바 구속적부심 제도다. 구속된 사람은 긴장하고 당황해서 이 제도를 활용할 생각을 하기 힘들다. 변호인이나 가족, 동거인, 다니는 회사의 사장 등은 언제나 피의자를 위해 적부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자신이 중병에 걸리거나 가족이 숨지거나 하는 경우에는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하라. 이때는 판사가 검사 얘기를 안 듣고 신속하게 결정한다.
Q: 구속은 되지 않았는데, 결국 기소됐다. 검사가 기어이 내가 유죄라는 걸 입증하고 싶은가 보다.
A: 이제,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단계에 온 거다. 국가가 당신에게 전쟁을 선포한 거라고 보면 된다. 해당 법원이 공소장을 우편으로 보내주지만, 검사가 무슨 이유로 기소했는지 빨리 알고 대처하려면 법원에 가서 공소장을 복사하도록 하라. 거기에 당신이 받고 있는 죄명과 적용법조, 공소사실 등이 다 나와 있다. 1차 공판기일까지 검사가 법원에 낸 증거자료들도 검찰청에 있는 공판검사실에 가서 다 복사해 꼼꼼히 챙긴 뒤 재판에 대비해야 한다. 몸이 아플 땐 공판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고, 재판부가 마음에 안 들면 기피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이거 다 당신이 하려면, 머리에 쥐 난다. 사선변호인이든, 국선변호인이든, 변호사에게 시켜라.
실전팁: 당신은 죄가 없는데 제대로 된 재판 한 번 없이 벌금을 선고받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경찰서장의 요구로 판사가 선고하는 즉결심판과 검사가 약식기소하는 경우다. 승복 못하겠으면, 그 결과를 안 날로부터 7일 안에 법원에 가서 정식 재판을 청구하라. 이때 무슨 일이 있어도 즉결심판이나 약식기소 때의 벌금보다 더 많은 벌금을 선고할 수 없도록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정식 재판 청구도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귀찮을 뿐.
마지막으로 복습 한 번. 수사기관에 쫄지 말고 서명이나 날인 함부로 해주지 마라. 피의자 신문조서 우습게 알다 인생 금 간다. 그러니 변호사 불러라. 국민의 70%가 이런 거 외우고 다니지 않으면 국민 노릇 하기 힘든 시국,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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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5365.html
[출처] 소환에서 구속·기소까지 수사받는 법 Q&A 완전판|작성자 모로모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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