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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生의 溫氣

산술 2010. 11. 5. 12:46

‘生 溫氣’

 

... 김 완 하 ...

 

더러는 아픈 일이겠지만

가진 것 없이 한겨울 지낸다는 것

그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스스로를 버린다는 것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몰아치는 눈발 속에서

눈 씻고 일어서는 빈 벌판을 보아라

 

참한 풀잎들 말라 꺽이고

홀로의 목마름 속

뿌리로 몰린 溫氣.

 

함박눈 쌓이며 묻혀 가는 겨울잠이여

내가 너에게 건넬 수 있는 約束

거짓일 수 밖에 없는 오늘

 

우리 두 손을 눈 속에 파묻고

몇 줌 눈이야 體溫으로 녹이겠지만

땅에 박힌 겨울 칼날이야 녹슬게 할 수 있겠는가

 

온 벌판 뒤덮고 빛나는 눈발이

가진 것은 오직 한 줌 물일 뿐이리

 

그러나, 보아라

땅 밑 어둠 씻어 내리는 물소리에 젖어

그 안에서 풀뿌리들이 굵어짐을

 

잠시 서릿발 아래 버티며

끝끝내 일어설 힘 모아 누었거늘

 

자신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당당한 일인가

 

 

 

 

 

 

 

 

출처 : 마음으로 읽는 천자문
글쓴이 : 강유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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