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있는 주막집

[스크랩] 기침과 가래, 감기에 선약(仙藥)동생초(冬生草) 곰보배추

산술 2010. 11. 4. 16:26

기침과 가래, 감기에 선약(仙藥)
동생초(冬生草) 곰보배추


 

천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옛말에 '알고 죽는 천식'이란 말이 있다. 병은 알지만 고칠 방법이 없어서 결국 못 고치고 죽는 병이라는 듯이다. 그만큼 고치기 어려운 병이 천식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천식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이미 오래 되었다. 환자는 늘어나는데 치료약이 없기 때문이다. 천식은 암보다도 치료가 어려운 최고의 난치병이다.

 

현대의학으로 못 고친다고 해서 반드시 불치병은 아니다. 내 경험으로는 천식은 치료가 쉬운 병이다. 나는 지독한 천식환자들을 많이 고쳐 보았다. 수십 년 천식으로 고생한 사람, 기침 때문에 누워서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서 밤을 새우는 사람도 고쳐 보았다. 천식은 잘 낫는 병이다. 해소, 천식은 난치병도 아니고 불치병도 아니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래서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약초 전문가다. 의약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고 그것은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의약에 관한 지식과 지헤를 얻어 스스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기를 나는 바라마지 않는다.

 

여기, 천식, 해소를 비롯하여 모든 종류의 기침과, 기관지 질병, 폐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약초 한 가지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약초이므로 한약방이나 약재 건재상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즈음 철에 물기가 조금 있는 논둑이나 밭둑에 나가 보면 더러 찾아볼 수 있을 터이나, 요즈음 논밭에 제초제를 많이 치는 바람에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르러 있다.

 

 

 

 

 

 

 

 

 

 

곰보배추! 배추처럼 생겼으나 곰보처럼 못났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오죽 천박하고 못생겼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이 풀은 이름부터 심한 박대(薄待)를 받고 있다. 금이야 옥이야 좋은 이름은 다 어디 두고 못난 이름을 골라서 달았는가. 사람이나 풀이나 이름이 천하면 아무리 귀한 가치를 지녔어도 푸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풀의 생김새를 잘 들여다보면 이처럼 더 잘 어울리는 이름도 달리 없을 듯하다.

나는 한 때 전혀 곱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곰보배추라는 이름이 싫어서 내 마음대로 돌배추라는 이름을 지어 보았으나 이것도 별로 좋은 이름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이 풀한테는 곰보배추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곰보배추를 경상도에서는 문둥이배추, 혹은 문디배추라고 부른다. ‘문둥이 같은 배추’라는 뜻이니 이는 ‘이 더럽고 냄새나는 풀아!’ 하고 풀한테 욕을 퍼붓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디같은 자식’이니 ‘문디새끼’ 같은 말은 경상도 지방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욕이다. 아무리 못생기고 더럽고 냄새나는 풀이라고 해도 풀한테 무슨 죄가 있어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욕을 할 수 있는가.
곰보배추는 잎의 생김새가 배추를 닮았으나 잎 전체가 마마자국처럼 빡빡 얽어 있다. 식물의 잎이 사람의 얼굴과 같을진대 잎이 울퉁불퉁하여 볼품이 없으니 그런 이름이 붙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논둑이나 밭둑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배추를 닮기는 하였으나 비릿하고 독한 냄새가 나서 김치를 담가 먹을 수도 없고, 잎에 곰보자국들이 빽빽하여 도무지 사랑스러운 구석이라고는 없으니, 정녕 문둥이처럼 서러운 신세일 수밖에 없다.

 

문둥이처럼 천한 잡초
곰보배추는 우리나라 각지의 논밭이나 물기 있는 들판에 더러 자라는 여러해살이 잡초(雜草)다. 길옆이나 묵은 밭, 논의 물기 있는 땅에 주로 자란다. 꿀풀과에 딸린 월년초(越年草)로 이 나라 아무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큼 이름도 많다.

옛 선조들은 이 풀한테 설견초(雪見草), 청와초(靑蛙草), 마마초(麻麻草), 야저채(野?菜), 과동청(過冬靑), 수양이(水羊耳), 천명정(天明精) 등 여러 이름을 지었다.

설견초는 눈 속에서도 볼 수 있는 풀이라는 뜻이고, 청와초는 청개구리가 좋아하는 풀이라는 뜻이며, 마마초는 잎이 마마자국 같은 것이 많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며, 야저채는 멧돼지가 즐겨 파먹는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고, 과동청은 겨울을 파랗게 살아서 넘긴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며, 수양이는 잎모양이 양의 귀처럼 생겼다고 붙인 이름이고, 천명정은 겨울철에도 파랗게 살아 있어서 태양의 정기를 한껏 받고 자란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다. 모두 그 특성에 꼭 어울리는 이름들이니 우리 선조들의 이름 짓는 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식물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이 없이는 이런 이름들이 나올 수 없지 않겠는가.
곰보배추는 추운 겨울철에는 퍼렇게 언 채로 땅바닥에 납작하게 붙어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제 세상을 만난 듯이 키가 쑥쑥 자라서 무진장으로 많은 꽃이 피고 씨앗이 맺히는 욕심 많고 생명력이 억센 풀이다.

겨울 동안에는 넓적한 잎을 한껏 펴서 땅을 덮어 햇볕을 혼자 차지하고 있다가 봄이 되면 줄기가 무성하게 올라온다. 5-6월 무렵이면 줄기가 30-90센티미터쯤 자라서 자잘한 잎이 많이 붙고 잔가지도 많이 난다. 줄기는 익모초처럼 네모졌으며 짧고 부드러운 털로 덮여 있다. 잎은 타원꼴이거나 피침꼴로 길이 2-6센티미터이고 넓이는 8-25밀리미터이다. 끝은 무디거나 날렵하고 기부는 원형이거나 쐐기 모양이다. 가장자리에 둥근 톱니가 있고, 아랫면에는 노랑색 선점이 있으며, 잎맥에는 짧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6월에 종 모양의 연한 보랏빛 자잘한 꽃이 가지 끝에 흩어져서 핀다. 꽃은 특별히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그마한 종을 수없이 매단 듯 귀엽다. 그 옆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실바람을 타고 은은한 풍경(風磬)소리가 들릴 것 같다. 7월에 진한 갈색의 자잘한 씨앗이 익어 바람에 흩날려 흩어진다.

씨앗은 겨자씨보다도 잘아서 잎으로 후 불면 다 날아가 버릴 정도이다. 씨앗이 익은 뒤에는 곧 잎과 대궁이 누렇게 말라 죽고 8월 무렵에는 아무도 이 풀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뒤 10월 말이나 11월 무렵 서리가 내려 다른 풀들이 다 말라죽고 나면 그 때서야 파란 싹을 살포시 내밀기 시작한다.

 

겨울에는 살아나고 여름에는 죽는다
곰보배추는 늦은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한창 무성하게 자랐다가 한여름이 되기 전에 말라죽는다. 꿀풀이라고 부르는 하고초(夏枯草)와 같다. 잎과 줄기는 말라죽어도 뿌리는 땅속에서 살아 있다가 가을철 다른 풀들이 다 말라죽고 난 뒤에 다시 파랗게 싹이 땅 밖으로 나와서 납작하게 엎드려 온 지면을 다 덮어버린다. 곧 여름에 죽고 겨울에 살아나는 하고동생(夏枯冬生)의 성질을 지닌 풀이다. 나는 새로 이 풀의 이름을 동생초(冬生草), 또는 동생하고초(冬生夏枯草)로 지었다.
곰보배추의 뿌리는 배추뿌리를 닮았으나 잔뿌리가 더 많다. 뿌리와 잎, 줄기, 꽃에서 모두 비릿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강렬하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 이 비릿하고 톡 쏘는 냄새를 싫어하여 사람이나 짐승들이 이 풀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나물로 먹지도 않고 집짐승들의 먹이로 쓰지도 않고 거름으로 쓰지도 않는다. 이 풀은 옛날에는 겨울철 얼어붙은 논밭을 몽땅 선명한 녹색으로 뒤덮어 버릴 정도로 흔했으나, 한 해에도 수십 번씩 뿌려 대는 농약과 제초제 덕분에 지금은 거의 멸종상태에 이르러 찾기가 쉽지 않다.

농사꾼들은 곡식과 채소들은 제 자식인양 알뜰하게 가꾸지만, 곰보배추처럼 더럽고 냄새나는 잡초는 하루 빨리 씨를 말려 버려야 할 원수로 여길 뿐이다. 그러나 이 더럽고 냄새나며 명줄이 질긴 독종 잡초도 근사미 같은 제초제(除草劑)한테는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다른 나뭇잎들이 다 떨어진 겨울이 되어야 파랗게 제 빛깔이 돌아오고 황금빛 열매가 익는 겨우살이처럼 곰보배추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이 제 세상이다. 넓고 짙푸른 잎이 로제트 모양으로 땅바닥에 넓게 퍼져서 엄동(嚴冬)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낸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눈이나 얼음 속에 덮여 있으면서도 선명한 녹색 빛깔을 조금도 잃지 않으니 그 목숨이 모질고 독하다. 이렇게 겨울을 이겨내는 장한 풀이 또 있을까. 옛 선조들이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은 진작 이 풀한테 먼저 붙여 주었어야 옳았을 것이다.
곰보배추라는 이름은 겨울철에 잎이 바닥에 붙어 넓게 퍼져 있는 모양이 배추를 닮았고, 잎의 주름이 마마를 앓은 자국 같다고 해서 붙인 것일 것이다. 경상북도의 어느 지방에서는 곰보배추를 태양초라고 부른다. 햇빛이 가장 약할 계절에 저 혼자 햇빛을 몽땅 받으며 자란다고 붙인 이름이리라. 곰보배추보다는 태양초라는 이름이 더 나을것 같다.

이 못 생기고 천박한 잡초가 나한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약초 가운데 하나다. 나는 이 천덕꾸러기에다 독종이며 아무한테도 쓸모없는 잡초를 캐려고 많은 시간을 꽁꽁 얼어붙은 겨울 들판을 헤매고 다녔다. 이 독한 풀을 캐느라고 나는 무진 고생을 했다. 독한 눈바람에 손과 귀가 떨어져 나갈 듯이 시렸고, 얼어붙은 땅은 괭잇날이 박혀들지 않았다.
과연 이 풀은 독종(毒種)이었다.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서도 죽기는커녕 푸른빛을 조금도 잃지 않고 있었고, 눈이나 얼음 속에 묻힌 채로도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이 독한 성질이 독한 질병에 강력한 약성(藥性)을 발휘하는 것이리라. 언 땅에 괭이질을 몇 번 하고 나면 손바닥에 금방 물집이 잡혔고, 귀를 에어 내는 듯한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온 몸은 고드름처럼 뻣뻣해졌다.

곰보배추는 독한 기침, 독한 해수, 독한 천식 등 폐와 기관지의 독종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최고의 신약(神藥)이다. 나는 이 독종 풀로 독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을 많이 고칠 수 있었으니 이 풀의 그 지독함이 몹시 고맙다 아니할 수 없다.
곰보배추는 가을에서 봄 사이에 뿌리째 캐서 전초(全草)를 다 약으로 쓴다. 물기가 알맞게 있으며 기름지고 모래가 섞인 푸석푸석한 땅에서 잘 자란다. 따뜻한 남쪽 지방에 많이 자라지만 춥고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다만 메마른 땅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북도의 들판이나 묵은 논밭에 많이 자란다. 강원도, 경상북도, 충청도, 경기도에서도 볼 수는 있으나 흔하지 않다.

 

기침과 가래 천식에 천하으뜸의 선약
곰보배추에는 플라보노이드, 호모플란타기미닌, 히스피둘린, 에우카포놀린, 에우카포놀린-7-글루코시드 등이 들어 있다. 그 밖에 페놀성 물질, 정유성분, 사포닌, 강심배당체, 불포화지방산 등이 들어 있으며 씨앗에는 기름이 많이 들어 있다. 특유의 비릿하고 톡 쏘는 듯한 냄새는 정유성분에서 난다.
곰보배추는 어떤 기침이든지 기침을 멈추는 데에 천하으뜸의 영약(靈藥)이다. 나는 수십 년 동안 천식을 앓던 사람이나 심한 독감으로 기침을 쉬지 않고 하던 사람이 곰보배추를 진하게 달인 물로 만든 동동주나 곰보배추를 발효시켜 만든 음료를 마시고 며칠 만에 씻은 듯이 낫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기침이 몹시 심하여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고, 숨을 쉬기도 어려워 죽는 날을 기다리던 사람이 곰보배추 한 광주리를 푹 달여서 그 물로 막걸리를 담가서 먹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도 보았다. 폐농양(肺膿瘍)으로 시커먼 피고름을 연신 토하던 사람이 곰보배추를 달여서 먹고 며칠 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낫는 것도 보았다.
이 풀의 약효는 산삼이나 녹용, 웅담, 우황보다도 귀하다. 곰보배추는 뛰어난 효력을 지닌 천연의 항생제다. 온갖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는 감기, 폐렴, 결핵에 곰보배추를 쓰면 쉽고 빨리 낫는다. 인공(人工)으로 만든 항생제가 지닌 부작용이 곰보배추에는 없다. 모든 약초에 독이 있다고 하지만 곰보배추는 독성도 없고 습관성이나 부작용도 없다.
천하에 독한 토종 잡풀 곰보배추는 하늘이 내린 보배다. 기침이나 천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하늘이 내린 신초(神草)다. 기침이나 천식, 기관지염, 감기 같은 기관지 계통의 질병 뿐만 아니라 폐결핵, 폐렴, 폐농양, 폐암 같은 온갖 폐질환과 부종, 신장염, 심장병, 생리통, 냉증 같은 신장과 심장의 여러 질병에도 최고의 선약(仙藥)이다.

 

곰보배추의 약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며 온갖 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맛은 맵고 쓰고 비리며 성질은 평하거나 서늘한 편이며 독이 없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하며 몸 안에 있는 독을 풀고 뱃속에 있는 기생충을 죽이는 효능이 있다. 혈뇨(血尿), 피를 토하는 데, 자궁(子宮)의 출혈(出血), 복수가 찬 데, 소변이 탁하고 뿌옇게 나오는 데, 목구멍이 붓고 아픈 데, 편도선염(扁桃腺炎), 감기(感氣), 옹종(癰腫), 치질(痔疾), 자궁염, 생리불순, 냉증(冷症), 타박상(打撲傷) 등에 좋은 치료효과가 있다.
타박상을 낫게 하고 어혈(瘀血)을 풀어주며 치질을 치료한다. 악성 매독(梅毒)이나 인후염(咽喉炎), 머리털이 빠지는 것, 갖가지 피부병을 낫게 하며 습열(濕熱)로 인한 풍진(風疹), 고환이나 음부(陰部)의 습진(濕疹)을 낫게 한다. 부은 것을 내리고 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 배에 가스가 차고 배가 부른 것을 낫게 하며, 날것을 짓찧어 배꼽 부위에 붙이면 복수(腹水)가 빠진다.
폐의 열을 내리고 풍사(風邪)를 몰아내며 습사(濕邪)를 없앤다. 기침, 가래를 멎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치통(齒痛), 습진(濕疹), 상처가 곪은 것을 낫게 한다.

 

기침 똑 떨어지게 하는 비방의 유래
곰보배추를 약으로 쓰게 된 데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십여 년 전에 경상북도 어느 지방에 온갖 약초로 갖가지 질병을 치료하는 권씨 성을 가진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복잡한 처방보다는 단방(單方) 약초로 갖가지 질병을 잘 고쳤는데, 그 단방 중에는 이른바 똑 떨어지는 효험이 있는 것이 많았다.

이 권씨 할아버지가 즐겨 쓰는 약초 중에 해소나 기침, 천식 등 모든 종류의 기침을 똑 떨어지게 고치는 풀이 있었는데, 이 풀을 권씨 할아버지는 만병초(萬病草)라고 불렀다. 이 만병초를 잘 활용하여 권씨 할아버지는 인근에서 천식, 감기, 기침, 부인병, 중풍 등을 잘 고치는 것으로 이름이 났다. 이 풀은 시골의 논둑이나 묵은 밭 같은 데서 흔히 자라는데, 겨울에도 파랗게 살아 있어서 권씨 할아버지는 이 풀로 어느 때든지 약을 만들 수가 있었다. 권씨 할아버지가 만병초라고 불렀던 이 풀이 바로 곰보배추다.

곰보배추는 모든 종류의 기침에 특효약이라 할만 했다. 이 풀을 계절에 상관없이 아무 때나 한 광주리쯤 뿌리째 캐서 물을 붓고 푹 달여서 그 달인 물로 막걸리를 담가서 먹으면 된다. 대개 두 번쯤 만들어 먹으면 아무리 오래 되고 완고한 기침이라도 잘 나았다. 막걸리를 담글 줄 모르거나 담그기가 귀찮으면 한 웅큼씩 물로 달여 먹어도 된다. 약간 비릿한 풀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그늘에서 말려 두었다가 곱게 가루를 내어 찻숟갈로 한 숟갈씩 먹는 방법도 있다. 비릿한 냄새와 맛이 먹기에 불편하면 곰보배추 날것을 흑설탕이나 꿀을 같은 양으로 넣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가서 어둡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6개월이나 1년쯤 두어 발효음료로 만들어 마실 수도 있다. 곰보배추발효음료는 맛이 좋아서  어린아이들도 잘 먹는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감기나 기침에 먹이면 특히 좋다.
곰보배추는 기침 뿐 아니라 여성의 냉증(冷症), 생리통(生理痛), 자궁염(子宮炎), 편두통(偏頭痛), 자궁에 생긴 물혹, 그 밖의 여러 염증질환 등에 거의 만병통치라고 할 정도로 뛰어난 효력을 발휘한다.

권씨 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어떤 늙은이가 있었다. 이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약초로 신기한 약효가 있는 막걸리를 만들어서 한 되에 30만원씩 받고 팔았다. 이 막걸리를 먹으면 기침 뿐 아니라 갖가지 폐병, 심장병, 부인병 등 온갖 질병에 효험이 있다고 사방에 소문이 나서 찾는 사람이 많았다.

권씨 할아버지는 그 늙은이를 찾아가서 그 신기한 약술을 만드는 방법을 꼭 배우고 싶다고 몇 번 정중하게 부탁을 했으나, 늙은이는 도무지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였다. 할 수 없이 권씨 할아버지는 약술을 만드는 비법을 훔쳐내기로 작정을 했다. 어느 날 어두워질 때까지 그 늙은이의 집 주변에 몰래 숨어 있다가 밤중에 늙은이가 약초를 캐러 들에 나가는 것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행하였다. 늙은이는 개울가 논둑에 앉아 괭이로 한참을 무엇인가 캐서 광주리에 담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권씨 할아버지는 늙은이가 약초를 캐던 곳에 가서 과연 그 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를 살펴보았다.
“아니, 이건 흔해빠진 문디배추가 아닌가.”
권씨 할아버지는 곧 문디배추를 캐서 물에 넣고 푹 달여서 그 물로 막걸리를 만들어 먹어 보고 이웃에 사는 기침환자한테 주어 보았다. 과연 그 막걸리는 천식, 기침, 기관지염 등에 뛰어난 효과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늙은이는 죽고 이제 곰보배추로 신기한 약술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권씨 할아버지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 권씨 할아버지한테서 곰보배추가 기침 치료에 신통한 효험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느 추운 겨울날, 나는 권씨 할아버지의 집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약초와 의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이튿날 헤어지지 전에 서로 혼자서만 알고 있는 약초를 한 가지씩 가르쳐 주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만 알고 있던 약초 한 가지를 권씨 할아버지한테 가르쳐 드리고 그 대가로 곰보배추에 대해서 배웠던 것이다.
곰보배추는 기침, 기관지염에 탁월한 치료효과가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곰보배추를 진하게 달인 물로 막걸리를 만들어 가볍게 취할 만큼씩 하루 2-3차례 마시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략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곰보배추를 이용한 여러 가지 치료법

① 기침과 가래, 천식에 곰보배추 잎을 그늘에서 말려 곱게 가루 내어 이 가루 600그램을 곰보배추를 진하게 달인 물이나 꿀로 반죽하여 오동나무씨 만하게 되는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2-3그램씩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먹는다.

② 기침이나 가래, 천식에 신선한 곰보배추 잎 500그램을 즙을 짠다. 즙을 짜고 남은 찌꺼기에 물 250밀리리터를 붓고 100밀리리터가 되게 달여 농축한 다음 찌꺼기를 버리고 먼저 짜낸 생즙과 섞어서 열을 가하여 끓였다가 식힌다. 이것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하루 두 번씩 한 번에 20-30밀리리터씩 먹는다. 신선한 것의 하루 양은 100그램쯤이다.

③ 심한 기침이나 가래에 가을에 곰보배추를 채취하여 증류기에 넣고 증류하여 한 번에 20밀리리터씩 하루 두 번 먹는다. 또는 뿌리를 제거한 신선한 곰보배추 40-8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신다.

④ 곰보배추는 신선한 것이 마른 것보다 효과가 더 높다. 천식, 가래, 기침,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등에 모두 좋은 효과가 있다. 24시간 이상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며 대개 10-20일이면 낫는다. 가벼운 두통, 현기증, 목이 마르고 윗배가 묵직하고 불쾌한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나 시간이 좀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⑤ 곰보배추는 유선염(乳腺炎)에도 상당한 치료효과가 있는데 신선한 곰보배추를 깨끗하게 씻어서 짓찧어 알약 형태로 만들어 한 번에 20-30분 동안 하루에 두 번씩 콧구멍에 밀어 넣는다. 이 방법으로 유선염 환자를 90퍼센트 이상 고칠 수 있다.

⑥ 곰보배추는 여성의 질염(膣炎)이나 자궁경관염, 자궁염 등에도 특효약이라 할 만하다. 깨끗하게 씻어서 잘게 썬 곰보배추 600그램에 물 3-4되를 붓고 10분 가량 끓여서 질을 씻는데 쓴다. 곰보배추를 달인 물은 질 안에 있는 온갖 균들을 죽인다.
깨끗하게 씻어서 잘게 썬 곰보배추 600그램에 물 1000밀리리터를 붓고 10분 동안 끓인 다음 고운 천 두 겹으로 거른다. 이것을 다시 여섯 겹의 천으로 한 번 더 걸러서 600밀리리터가 될 때가지 달여 농축한다.
먼저 질 세정제(洗淨劑)로 질 안을 씻어내고 나서 마른 솜에 곰보배추를 달인 물을 적셔서 자궁 안에 밀어 넣는다. 하루 한 번씩 7일 동안을 치료하고 2-3일 쉬었다가 다시 치료하기를 반복한다. 20-30일이면 거의 대부분 낫거나 호전된다.

 

곰보배추는 이 땅에 지천으로 자라는 약초 중에서 내가 제일 아끼는 약초의 하나다. 천대받던 약초이기에 그만큼 귀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지천에 널려 있었으나 이제는 눈을 씻고 애써 찾아도 보기 힘들다. 더럽고 천박하게 여기던 잡초가 지금은 금은보석(金銀寶石)보다 더 귀하다. 천연기념물이거나 희귀식물, 멸종위기식물로 지정하여 나라에서 엄중하게 보호하고 있는 식물들보다 더 보기가 어렵다.
누가 곰보배추를 천하다고 하는가. 곰보배추는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기이한 약성을 지녔다. 엄동설한(嚴冬雪寒)에 저 혼자 푸른 잎을 자랑하니 그 절개는 송죽(松竹)보다 낫다. 다른 풀들이 말라죽을 때 파랗게 살아나고, 다른 풀들이 무성할 때 누렇게 말라죽는 성질을 지녔으니 그 기이함을 자랑할 만하다. 아,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골 버려진 논밭에 곰보배추를 원 없이 키우면서 살고 싶은 내 천박한 소망이 이루어질 날은 언제일까. 나는 이 독하고 비린내 나는 토종 잡풀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신주(神主)처럼 모시면서 살고 싶다.

 


곰보배추를 이용한 치료법    


피를 토하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데
신선한 곰보배추 뿌리 20-40그램, 돼지 살코기 80그램을 약한 불로 달여서 그 국물을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신다. 돼지고기는 사료를 먹이지 않고 키운 재래종 돼지고기를 써야 하며 구할 수 없을 때에는 오리고기를 대신 쓴다. 대개 3-5일 동안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인후염, 급성 편도선염
신선한 곰보배추를 짓찧어 식초를 약간 섞어서 면헝겊으로 싸서 젓가락 끝에 묶어 후두 부분에 여러 차례 밀어 넣어 닿게 한다. 또는 신선한 곰보배추를 짓찧어 즙을 내어 조금씩 천천히 음미하듯이 목구멍으로 삼킨다. 만약 가래가 나오면 뱉아 내고 입이 마르면 식초를 약간 마시거나 소금물을 약간 입에 머금고 있도록 한다.

 

치통
신선한 곰보배추 약간을 짓찧어 3-5분 동안 입에 물고 있으면 곧 통증이 멎는다. 곰보배추를 진하게 달인 물을 입에 물고 있다가 삼켜도 된다.
 
화농성 중이염, 귓속이 아픈 데
신선한 곰보배추를 짓찧어 즙을 짜서 한 방울씩 귀 안에 떨어뜨려 넣는다. 하루 3-4번 귀에 넣는다. 2-10일이면 대개 낫는다.
 
치질, 탈항
큰 오배자 하나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 말린 곰보배추 가루를 가득 넣고 구멍을 막은 다음 센 불로 구워서 가루 낸다. 여기에 용뇌(龍腦)를 약간 섞은 다음 참기름으로 개어서 치질이나 염증이 생긴 부위에 바른다.
또는 곰보배추를 짓찧어 생즙을 내서 그 생즙으로 회화나무 열매를 볶아서 가루로 만든다. 그런 다음 곶감을 짓찧어 앞의 가루를 섞어서 오동나무씨 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12-15그램씩 하루 2번 곰보배추 20그램을 달인 물과 함께 먹는다. 곰보배추 40-80그램과 오매(烏梅) 10개에 물을 붓고 달여서 그 증기를 치질 부위에 쏘이고 그 물로 씻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탈항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급성 유선염
신선한 곰보배추 40그램에 술과 물을 반씩 부어 달여서 그 물을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시는 한편 유선염이 생긴 바위에 바른다. 1-3일 뒤부터 열과 부기가 내리고 통증이 없어지면서 차츰 낫는다.
 
피부염, 종기, 악창, 습진, 타박상
신선한 곰보배추를 짓찧어 즙을 내어 피부병이 있는 부위에 하루 1-2차례 바른다. 타박상이나 종기, 곪은 상처 등이 잘 낫는다. 곰보배추를 말려서 곱게 가루 내어 바셀린이나 연고의 기초제, 참기름 같은 것으로 개어 발라도 좋다.

 

설사, 기침, 가래, 천식
신선한 곰보배추 80그램에 물 한 되를 붓고 물이 3분지 1이 되게 달여서 하루 2-3번에 나누어 마신다. 겨울철에 채취한 것이 효과가 가장 좋으나 여름철에 꽃이 핀 것을 써도 효과가 괜찮다. 설사, 기침, 가래, 천식(喘息), 생리통, 생리불순, 편두통, 혈액순환이 안 되는 데 등에 두루 좋은 효과가 있다. 곰보배추를 오래 복용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살결이 고와지고, 몸이 따뜻해지며, 생리통, 생리불순, 불면증, 우울증, 갖가지 피부병 등이 차츰 없어진다.

 

나는 곰보배추 곧, 동생초로 수많은 천식, 감기, 해소, 기관지염 등의 환자를 치료하여 그 대부분이 좋은 효과를 보았다. 달인 물로 동동주를 담가서 먹는 것이 효과가 좋지만 술을 담그기가 불편하고, 또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서 꿀이나 흑설탕으로 발효하여 써 보았더니 술로 담근 것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맛도 좋아서 아이들이나 비위가 약한 사람도 잘 먹을 수 있었다.

 

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雲林洞天에 숨다

출처 : ━♥ 좋은만남 행복사랑 ♥━
글쓴이 : 선 인 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