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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산시문집(茶山時文集)시(詩36) 제2권

산술 2013. 1. 9. 12:41

시(詩)

 

묵재 허 상국 의 관직이 복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聞黙齋許相國 復其官爵]

 

조정에서 임금의 명이 내리니 / 魏闕丹綸降
정승이라 사령장 새롭고말고 / 台垣紫誥新
은혜 말씀 역사상 유례 없던 일 / 恩言千古逈
억울함을 일조에 풀어주시니 / 幽枉一朝伸
태양은 빛기운이 한껏 풀리고 / 白日舒光氣
황천에는 귀신이 눈물 흘리네 / 黃泉泣鬼神
그 당시의 일들을 회상해 보면 / 緬懷當日事
지금 사람 말하기 어렵고말고 / 難語此時人
만백성 적통 임금 우러러보고 / 萬姓瞻宗國
세 조정에 벼슬한 노신 계시니 / 三朝有老臣
나라 안위 머리털 한 올 다투고 / 安危爭一髮
중한 명망 천근과 맞먹을 정도 / 威望抵千勻
눈물로 임금 유언 떠받들고서 / 灑涕攀遺詔
군사 풀어 대궐을 지키셨거니 / 陳兵宿禁闉
임금의 생전 말씀 귓전에 생생 / 玉音猶在耳
나라 위한 충성에 한몸 잊었네 / 丹悃遂忘身
대성인의 보살핌 어린 임금뿐 / 元聖惟沖子
이오처럼 임금의 지친이 되어 / 夷吾作懿親
수레 얻음 선왕의 뜻을 이었고 / 得輿元繼述
권력 잡음 사실상 관습인데도 / 顓柄實因循
불행히
왕돈 입장 비슷하였고 / 不幸王敦近
석작 결백 밝히기 어려웠거니 / 難明石碏純
증자 어미 사랑이 없지 않으나 / 非無曾母愛
송조가 어질다고 누가 말하랴 / 誰贊宋朝仁
지하에서 선왕을 만나�을 때 / 地下先王見
인간 선류 죽었다 말을 했으리 / 人間善類湮
도깨비 음산한 밤 떠들어대고 / 魑魈喧夜雨
독수리 가을 하늘 기세가 등등 / 鵰鶚恣秋旻
단서 철권 글자는 빛이 흐리고 / 倏忽丹書字
상전벽해 변화가 빈번하거니 / 繽粉碧海塵
장부가 팔뚝 먼저 끊은 거라고 / 壯夫先斷腕
세속에선 도리어 참소를 했네 약천(藥泉) 남 상국(南相國)이 말하기를 "미수(眉叟)가 허적을 공격한 것은 곧 장사가 자기 팔을 끊는 방식이다." 하였다. / 流俗轉膏脣
명성은 적막하게 사라졌다면 / 寂寞薰聲歇
사적도 아스라이 묵혀졌는데 / 蒼茫事跡陳
백년 세월
철안은 그대로 남고 / 百年留鐵案
천만년 수레바퀴 굴러만 가네 / 千劫閱風輪
대궐 아직 그의 홀 보관중인데 / 魏第猶藏笏
오아는 오랜 세월 나무지게 져 / 敖兒久負薪
엎어진 동이 밑에 볕이 들 리가 / 覆盆寧受照
말라 죽은 나무라 봄을 바라랴 / 枯木未希春
하지만 일월 바른 궤도 오르고 / 日月當黃道
푹풍 천둥 대궐의 잠을 깨우자 / 風雷警紫宸
피어린 글 아침에 간곡하였고 / 血書朝懇懇
은혜 말씀 저녁 때 진지하였네 / 恩綍暮諄諄
높은 대우 역사에 빛이 난다면 / 曠數光編簡
애영은 사대부들 깜짝 놀라네 / 哀榮聳搢紳
임금께서 내리신 단호한 결정 / 乾剛施獨斷
다시 만난 햇머리 감개 새롭네 을묘년은 곧 숙종 원년이다. / 年紀感重臻
오늘에는 천도가 옳게 됐으나 / 是日皇天定
그 당시엔 해마다 가뭄 들었지 / 當時旱歲頻
봄 화기 대궐에서 퍼져 나오니 / 陽和宣紫洞
은택이 저승까지 미쳐가누나 / 膏澤徹玄窀
벼슬 품계 모두가 예전 그대로 / 勳秩都依舊
품격 기품 새로워 어제 일인 듯 / 風期況隔晨
지금 같은 을묘년 만약 없다면 / 若無今乙卯
돌아오는 경신년 어찌 대하리 / 忍對後庚申
조상 때 좋은 교분 남아 있는데 / 世好存遺誼
남달리 높은 재략 흠모한다네 / 才猷景絶倫
역참 정자 쓸쓸한 촛불 아래에 / 驛亭孤燭底
붓 잡으니 눈물이 수건에 흥건 / 搦管涕沾巾

[주D-001]대성인의……임금뿐 : 대성인은 주(周) 나라의 주공(周公)을 말하고 어린 임금은 무왕(武王)의 아들이자 그의 조카인 성왕(成王)을 말한다. 곧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성왕을 주공이 도와 섭정을 했던 것처럼 허적 또한 탁고 대신(托孤大臣)으로서 어린 왕인 숙종을 잘 보좌했다는 것이다.
[주D-002]이오처럼……되어 : 이오는 춘추시대 제(齊) 나라의 명상(名相)인 관중(管仲)의 이름이다. 환공(桓公)으로부터 숙부(叔父)의 칭호를 들으며 부국 강병(富國强兵)의 정치를 이룩하여 제후를 규합하고 천하를 통일함으로써 환공으로 하여금 춘추시대 오패(五霸)의 으뜸이 되게 만들었다. 곧 허적도 관중처럼 뛰어난 정치 역량을 지니고 숙종의 존경을 받았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D-003]수레 얻음……이었고 : 수레를 얻는다는 것은 《周易》 박괘(剝卦)의 "상구는 큰 과일은 먹지 않는 것이니 군자는 수레를 얻고 소인은 집을 헐릴 것이다[上九 碩果不食 君子得輿 小人剝廬]"에서 나온 말로, 숙종 때 허적이 만백성이 우러러보는 영상이 된 것은 선왕 현종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으로 보인다.
[주D-004]왕돈 입장 비슷하였고 : 왕돈은 진(晉) 나라 임기(臨沂) 사람인데 그의 종형(從兄) 왕도(王導)와 함께 원제(元帝)를 적극 추대하여 요동대장군 겸 도독육주제군사(遼東大將軍兼都督六州諸軍事)가 되었다가 강주 자사(江州刺史)와 형주 자사(荊州刺史)를 지냈다. 나중에는 권력을 잡고서는 군사들을 휘하에 거느리고 왕을 조알(朝謁)하지 않음으로써 조정을 좌지우지할 계획을 갖고 있다가 결국 반란을 일으켜 조정에 들어가 스스로 승상이 되었으며, 원제가 죽은 뒤에 물러나 있다가 또 반란을 일으켜 군사를 지휘하던 중 병으로 죽어 결국 실패하고 시신의 목이 잘려 저자 거리에 내걸렸다. 《晉書 卷九十八 王敦傳》 숙종 6년(1680)에 허적이 조부 잠(潛)이 시호를 받게 되어 축하연을 베풀 때 궁중의 장막을 가져다 사용한 일로 숙종이 임금을 얕본다고 크게 노하여 대죄(待罪)하던 중 그의 서자 견(堅)의 역모사건에 연루되어 사사(賜死)되었는데, 그러한 일련의 일들이 왕돈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오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주D-005]석작……어려웠거니 : 석작은 춘추시대 때 위(衛) 나라의 대부이다. 그의 아들 후(厚)가 자기의 경계를 듣지 않고 공자 주우(公子州吁)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서 환공(桓公)을 죽이고 주우를 왕으로 추대할 계책을 꾸미자, 그들을 진(陳) 나라로 유인하여 죽인 뒤에 공자 진(公子晉)을 맞아들여 왕으로 세웠다. 《左傳 隱公 三年, 四年條》 허적의 아들 견(堅)이 궁중에 출입하며 인평대군(麟坪大君)의 세 아들인 복창군(福昌君)·복선군(福善君)·복평군(福平君)과 교분을 맺고 복선군을 왕으로 추대하려는 역모를 꾸민 일이 허적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 석작의 경우처럼 결백하였는데도 그 사실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D-006]증자……않으나 : 증자가 비읍(費邑)에 있을 때 그와 성명이 같은 사람이 사람을 죽인 일이 있었는데, 어떤 자가 베를 짜고 있던 증자 어머니에게 "증삼(曾參)이 사람을 죽였답니다."라고 알리자,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다고 믿지 않고 계속 베틀에 앉아 있다가 세 번째 딴 사람이 또 와서 똑같은 말을 하니, 진짜로 믿고 겁이 나 도망갔다고 한다. 곧 허적이 자기 아들 견의 소행에 대해 증자 어머니와 같은 애정이 있었다는 뜻으로 보이나 자세치 않다. 《戰國策 秦 卷二》
[주D-007]송조가……말하랴 : 송조는 춘추시대 때 미남으로 이름난 송 나라 공자 조(公子朝)인데, 위(衛) 나라에 벼슬하여 대부(大夫)를 지내면서 위 나라 영공(靈公)의 부인인 남자(南子)와 간통하였다. 곧 허견을 송조에게 견주어 그의 아버지 허적이 그를 나쁘게 보았다는 뜻인 듯하나 역시 자세치 않다.
[주D-008]철안 : 증거가 확실하여 번복할 수 없는 사건이나 사안이란 뜻으로, 허적이 생전에 쌓은 공적이며 올바른 행실 등을 말한 듯하다.
[주D-009]오아는……져 : 오아는 춘추시대 때 초(楚) 나라의 명재상 손숙오(孫叔敖)의 아들이란 뜻이다. 손숙오가 죽은 뒤에 그의 아들이 가난하여 떠돌아다니다가 우맹(優孟)이 초 장왕(楚莊王)의 마음을 움직여 벼슬이 주어졌다. 명재상 손숙오의 아들이 한때 극히 궁했던 것처럼 영상을 지냈던 허적의 자손의 처지가 또한 그와 같다는 것이다.
[주D-010]애영 : 사람이 죽은 뒤에 장사지내는 의식이나 추도를 융숭하게 해주는 것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허적의 관직을 복구시킨 것을 뜻한다.
[주D-011]돌아오는……대하리 : 숙종 6년(1680) 경신년에 허견의 역모 사건으로 인해 남인 일파가 대거 실각하였으므로 하는 말이다.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출처 : 양지
글쓴이 : 양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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