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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 박상천
흐르는 시간이 보인다.
모래시계,
그 유리병 안에
시간의 푸른 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보이는 알갱이들로 바꾸어 놓은 모래시계,
시간은 그 안에서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다.
시간의 수직 낙하,
그리고 어느 순간 멈추어 버리는 계약 만료,
다시 한번 뒤집어
시간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것처럼 유혹하지만
내겐 유리병의 텅 비어가는 공간이 오히려 아름답다.
시간의 푸른 입자로
나는 지금 어디 쯤 흘러 내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언제쯤 수직 낙하하게 될 수 있을까?
다른 알갱이들과 몸 부비며 살았던 그곳,
시간이 흐를수록 넓어져가는
유리병의 빈 공간이 아름다워 보인다.
지나치지 않음에 대하여 / 박상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지나치지 않음을 생각한다.
아침 신문도 우울했다.
지나친 속력과
지나친 욕심과
지나친 신념을 바라보며
우울한 아침,
한잔의 차는
지나치지 않음을 생각케한다.
손바닥 그득히 전해오는
지나치지 않은 찻잔의 온기
가까이 다가가야 맡을 수 있는
향기의 아름다움을 생각한다.
지나친 세상의 어지러움을 끓여
차 한 잔을 마시며
탁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세상의 빛깔과
어디 한 군데도 모나지 않은
세상살이의 맛을 생각한다.
표백 / 박상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면 손수건 한 장
세탁기 속에서 표백되어 가는 것과 같다.
빳빳했던 분노의 풀기와
슬픔의 소금기
함께 넣어 두었던 만년필에서 묻어나온 사랑의 흔적과
그 손수건의 가에 둘러진 파아란 선의 기쁨
모두 시간의 세제에 의해 점차 씻겨지고 표백되어
우리는 드디어 닳고 닳은,
닳고 닳아
얄팍해지고 성글어진 면 손수건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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