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별과 詩가 있는 마을

[스크랩] 나를 잊지 말아요 / 김용택

산술 2013. 1. 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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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 김용택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를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아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저 들에 들국 다 져불것소 / 김용택

 

날이면 날마다

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가

서 있었습니다

아 꽃이 피면 오실랑가

저 꽃이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저 들길에 해가 뜨고

저 들길에서 해가 졌지요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같이 서 있는지

내 몸에 산그늘 내리면

당신이 더 그리운 줄을

당신은 아실랑가요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져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 소리 시려오면

내 맘이 어디 가 서 있으라고

이리 어둡도록 안 온다요

나 혼자 어쩌라고

그대 없이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져불것소

 

 

 

확 / 김용택 
            
그대 향한
내 마음은 불길이 되어
확 안을 넘어갑니다
생각하면
참 부끄러워요
이 어둠과 정적 속에 서면
더욱 부끄러워 감빛 얼굴이 됩니다
연시감이 되는 얼굴이 뜨거워
불도 못 켜고
어둠 속에 그냥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래도 불길은 자꾸
확을 넘어서까지 타 나옵니다

그대 보고 싶은 이 마음을 다스리려고
바이올렛 화분 하나 들여놓았어요
보랏빛 바이올렛 꽃이 피면
불이 확 안에서만
환하게 타고 있었음 좋겠어요

 

 

 

나는 몰라요 / 김용택

 

눈만 뜨면
당신에게 달려가는 이 마음이
날마다 파계하는 마음입니다

파계, 얼마나 피땀 나는 일인지
그러나 당신은 더 진땀 나는
진실인 것을 어찌합니까

당신에게 달려가는 이 마음이
파계라니요,
죄라니요

나는 몰라요, 그런 말
그냥 깊고 맑고 힘찰 뿐인걸요
그냥 겁없을 뿐인걸요.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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