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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잊지 말아요 / 김용택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서리 내린 가을날
물 넘친 징검다리를 건너던
내 빨간 맨발을
잊지 말아요
지금은 괴로워도 날 잊지 말아요
달 뜬 밤, 산들바람 부는
느티나무 아래 앉아
강물을 보던 그 밤을
잊지 말아요
내 귀를 잡던 따스한 손길,
그대 온기 식지 않았답니다
나를 잊지 말아요
저 들에 들국 다 져불것소 / 김용택
날이면 날마다
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가
서 있었습니다
아 꽃이 피면 오실랑가
저 꽃이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저 들길에 해가 뜨고
저 들길에서 해가 졌지요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같이 서 있는지
내 몸에 산그늘 내리면
당신이 더 그리운 줄을
당신은 아실랑가요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져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 소리 시려오면
내 맘이 어디 가 서 있으라고
이리 어둡도록 안 온다요
나 혼자 어쩌라고
그대 없이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져불것소
확 / 김용택
그대 향한
내 마음은 불길이 되어
확 안을 넘어갑니다
생각하면
참 부끄러워요
이 어둠과 정적 속에 서면
더욱 부끄러워 감빛 얼굴이 됩니다
연시감이 되는 얼굴이 뜨거워
불도 못 켜고
어둠 속에 그냥 가만히 서 있습니다
그래도 불길은 자꾸
확을 넘어서까지 타 나옵니다
그대 보고 싶은 이 마음을 다스리려고
바이올렛 화분 하나 들여놓았어요
보랏빛 바이올렛 꽃이 피면
불이 확 안에서만
환하게 타고 있었음 좋겠어요
나는 몰라요 / 김용택
눈만 뜨면
당신에게 달려가는 이 마음이
날마다 파계하는 마음입니다
파계, 얼마나 피땀 나는 일인지
그러나 당신은 더 진땀 나는
진실인 것을 어찌합니까
당신에게 달려가는 이 마음이
파계라니요,
죄라니요
나는 몰라요, 그런 말
그냥 깊고 맑고 힘찰 뿐인걸요
그냥 겁없을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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