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쓰는 편지 / 여정
밤이 깊어갈수록 선명하게 다가오는 빛이 하나 있습니다
바이올린 선율처럼 떨리는 손길로 내 마음의 빗장을 열고 비올라에서 첼로로 장맛비처럼 쏟아지다가 잦아드는 빗줄기처럼 또르르르..... 피아노 건반에서 마침표를 찍고는 햇살 속에 물기를 말려 다시 하늘로 오르는 이슬방울처럼 맑고 영롱한 불빛입니다
밤에만 피어나는 야생화와 같은 음악은 푸른 생명으로 세상에 나와 퍼져 고통으로 가득한 슬픈 가슴 안에서 다시 피어 아픈 영혼을 위로하는 손길입니다 아름답고 고귀한 선물입니다
세속의 선물들은 포장지로 위장해 겉은 화려할지 모르나 속은 비었습니다 음악이 주는 영혼의 선물은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인간의 몸이 가장 아름답듯 포장할 필요가 결코 없습니다 그 자체의 향기만으로도 차고 넘쳐 시공간을 초월해 마음과 마음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적막하고 쓸쓸한 밤에는 꽃이 되어 보세요 그저 음표가 되어 보세요
별빛의 노래를 듣고 한송이 꽃으로 피어 활짝 웃을 수 있다면 불면의 밤이 지속된다 하여도 가슴은 뜨겁게 타올라 가을 정취 속에서 행복할 수 있겠지요 그립고 애틋한 마음, 조금은 달랠 수 있겠지요
가을밤의 상념 / 여울빛
내 가슴에도 한때는 복사꽃 같은 연분홍 사랑이 있어 핏빛 같은 열정이 솟아오르고 가슴을 태우던 불꽃이 꺼지질 않았는데
이제는 사랑도, 열정도, 가슴을 태우던 불꽃도 서서히 꺼져가는 현실 앞에 생기를 잃고 시들어가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삭막한 번뇌와 지독한 외로움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늘 흔하게 웃던 웃음도 줄어들고 무디어지는 감성에 작게만 보이는 나 자신이 초라해 풀숲에 앉아 평화롭게 노래하는 풀벌레가 부럽습니다.
[차 한잔의 風景]
그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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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 또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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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외로운 것도 없다면 그것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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